공소청법 무엇이 달라지나
검찰청 지우고 공소청으로…‘수사 없는 검사’ 시대 오나
검사 직무에서 수사 뺀 정부 공소청법안
기소 전문기관 전환이냐, 간판 바꾸기냐
◆‘검사 직무’ 재설계의 의미 = 공소청법(안)의 핵심은 검사 직무 규정에서 범죄수사와 수사 개시를 명시한 부분을 삭제하고 공소 제기·유지와 영장 청구, 형 집행 지휘 등 재판 관련 기능에 집중시킨 대목이다.
이는 검찰이 갖고 있던 1차 수사 개시권을 법률상 제거해 수사·기소 분리를 제도화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전부터 ‘검찰의 직접수사권 완전 폐지’를 공약해 온 흐름과도 맞물린다.
다만 검사가 여전히 사법경찰관리(중수청·경찰·특사경 등)에 대한 지휘·지원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 점은 논쟁거리다. 수사권은 없지만 영장 청구권과 공소유지 권한을 가진 검사에게 일정한 지휘·통제 기능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름만 수사·기소 분리이지 구조적으로는 여전히 검찰 중심의 사법절차”라는 비판과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면 책임 소재가 모호해진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3단 조직 유지와 ‘검찰총장’ 논란 = 조직 체계에서 정부안은 대공소청·고등공소청·지방공소청의 3단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현재 대검·고검·지검 구조를 그대로 옮겨오되 기관 명칭만 공소청 체계로 바꾸는 방식에 가깝다.
고등공소청의 존치 여부를 둘러싸고는 “항소심 대응·사건 통제 기능상 필요하다”는 쪽과 “실질 기능이 약화된 중간 단계를 굳이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쪽의 이견이 여전히 크다.
가장 민감한 대목은 공소청 수장의 명칭이다. 정부 구상대로 헌법에 규정된 ‘검찰총장’ 직위를 공소청장에게 그대로 사용하면 헌법상 기관인 검찰을 사실상 공소청으로 대체하는 효과가 생긴다.
헌법학계 일각에서는 “검찰총장은 헌법상 필수 기관이어서 단순 법률 개정으로 명칭 변경·기능 전환을 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는 경고를 잇따라 내놓고 있어 향후 헌법재판소 판단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사건심의위·평정 기준…검찰 문화 손보나 = 사건심의위원회 설치와 근무평정 기준 개편은 검찰권 행사 문화를 바꾸려는 의도가 강하게 묻어나는 장치다. 구속영장 청구나 공소 제기 여부를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심의 절차에 부치도록 한 구상은 일본의 검찰심사회나 한국의 기소심의위 논의와 비슷한 방향으로 ‘중요 사건 기소를 혼자 결정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메시지다.
근무평정에 항고 인용과 무죄 판결을 반영하겠다는 조항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까지는 기소 건수·중요 사건 처리 실적이 승진과 직결되면서 ‘과잉기소’ 유인이 작동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무죄가 많이 나오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신호를 분명히 하면 검사가 애초부터 기소 여부를 더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다만 “항고 인용·무죄를 너무 기계적으로 평정에 반영하면 오히려 소극적 기소가 늘어 중대 범죄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정치관여죄와 협력 규정의 함의 = 정치관여죄 신설은 공소청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형사처벌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미 국가공무원법·공직선거법에 광범위한 정치관여 금지 규정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검사를 별도로 처벌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은 “검찰권의 정치 개입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수사기관과의 협력 규정을 명문화한 부분도 주목된다. 중수청·경찰·특사경과의 상호 존중·협력 관계를 법률에 적시함으로써 수사·기소 분리 이후 예상되는 기관 간 갈등을 사전에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입법예고 이후 법무부·검찰·학계·야당 의견 수렴과 국회 심의 과정에서 검사 직무 범위·조직 3단 구조·검찰총장 명칭·사건심의위 실효성 등 핵심 쟁점이 어떻게 손질되느냐에 따라 공소청이 ‘이름만 다른 검찰’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기소 전문 기관으로 안착할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