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도 아닌데 검사급?” 중수청 수사사법관 논란
동일조직 내 ‘귀족수사관’과 일반수사관 이원화
새 엘리트 수사기관인가, 또 다른 권력집단인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계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 가운데 하나는 수사관 직급 체계, 특히 수사사법관(또는 수사책임관) 도입 여부다.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엘리트 수사조직을 만들겠다는 명분과, 동일 조직 안에 ‘귀족 수사관’과 일반 수사관을 병존시키는 구조적 위험이 동시에 내재해 있다는 점에서다.
◆수사사법관, 기대와 명분 = 정부와 여권 일각이 내세우는 첫 번째 논리는 전문성 강화다. 부패·경제·금융 범죄처럼 법리가 복잡한 사건의 경우 경찰 수사 뒤 검찰 단계에서 법리를 보완하는 기존 2단계 구조보다 수사 착수 단계부터 변호사 자격을 갖춘 법률 전문가가 증거 능력과 법리를 함께 점검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기소 성공률을 높이고 위법 수사나 인권 침해 소지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도 깔려 있다.
두 번째 명분은 우수 인력 유치다. 회계·금융·디지털 포렌식 등 고급 전문 인력을 공공 수사조직으로 끌어들이려면 검사급 보수와 사회적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는 현실론이다. 여기에 “기존 검사 집단과는 다른 수사사법관 집단을 만들어 상호 경쟁과 견제를 유도할 수 있다”는 권력 분산 논리도 더해진다. 수사·영장·기소 권한을 독점해 온 검찰 권력을 둘로 나눠 수사와 기소 영역에 서로 다른 엘리트 집단을 배치하겠다는 구상이다.
◆‘같은 일, 다른 신분’이 만드는 조직 리스크 = 하지만 수사사법관 도입은 곧바로 조직 내 이원적 신분 구조를 낳는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같은 사건을 함께 수사하면서도 누군가는 검사급 대우를 받고 누군가는 일반 공무원 신분에 머무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우선 지휘와 현장의 괴리가 우려된다. 수사사법관이 고위 법률가로서 책상에서 전략·법리 검토를 맡고 압수수색·피의자 조사·현장 확인 등 실제 수사는 하위 직급 수사관이 도맡는 구조가 굳어질 경우 “수사는 현장에서 한다”는 조직 문화와 충돌할 수 있다.
사기와 효율성 저하 문제도 제기된다. 동일하게 사법경찰관리로 수사권을 행사하면서도 수사사법관은 검사급 보수와 예우를 받고 일반 수사관은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에 머무는 체계는 내부 박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한은 없고 예우만 있는 ‘불균형’ 논란 = 수사사법관 제도를 둘러싼 또 다른 핵심 비판은 권한과 처우의 불일치다. 정부 구상대로라면 수사사법관에게 검사급 보수와 예우를 부여하면서도 영장 청구권과 기소권은 공소청(검사)에 남겨두는 구조가 유력하다. 검찰 권력의 실질은 영장 청구권과 기소 독점에서 나온다. 그런데 수사사법관은 수사권을 행사하면서도 영장은 공소청에 신청해야 하고 기소 여부 역시 공소청 판단에 따라야 한다. 이 경우 ‘검사급 대우를 받지만 핵심 결정권은 없는, 수사만 담당하는 엘리트’라는 어정쩡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직급 논쟁은 곧 ‘정체성 논쟁’ = 결국 수사사법관 도입을 둘러싼 직급 체계 논쟁은 단순한 호봉이나 급수 문제를 넘어 중수청이라는 새 기관의 정체성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중수청을 검찰 특수부에 상응하는 엘리트 법률가 중심 기관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수사 기술과 정보력, 현장 대응력에 강점을 둔 전문 수사기관으로 설계할 것인지에 따라 인력 구성과 직급 체계, 교육·평가 방식은 완전히 달라진다. 공소청과 관계 역시 ‘법리 파트너’인지, ‘독립적 수사 전문기관’인지 선택을 요구받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