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자율규제 우선' … 경제민주화 '후퇴' 우려

2022-04-06 10:58:52 게재

공정위 추진 온라인플랫폼법 무산 위기

현행법은 '중기·소비자 피해' 사각지대

차기정부에서 경제민주화가 후퇴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던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이 무산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현행 법으로는 급속히 몸집을 키우고 있는 대형 플랫폼업체의 독점적 횡포를 견제할 수 없다. 특히 갑을관계에 있는 영세 납품업체들이 문제다. 2021년 중기중앙회의 소상공인 실태조사를 보면 대형플랫폼업체로부터 불공정 피해를 입었다는 중소기업 비중이 47.1%에 달했다. 소비자 피해도 우려된다. 시장을 석권한 넷플릭스 같은 업체들이 가격을 20~30% 올려도 소비자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다. 전통적 업종의 대기업만 규제하고 있는 공정거래법의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6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온플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플랫폼을 '자율규제'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달 24일 열린 업무보고에서도 공정위는 '온플법 추진방안' 대신 '자율규제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권이 교체되자, 공정위가 온플법에 대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온플법은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의 갑을 문제를 규제하는 법안이다. 2021년 1월 공정위가 이 법을 상정했지만 지금까지 국회표류 중이다. 온플법은 상품 노출 주요 순서·기준 등 입점업체의 권리·의무 관계에 중요한 항목을 계약서 필수 기재사항으로 규정하는 게 핵심이다. 입점업체에 대한 계약서 교부 의무도 부과했다. 이에 정보기술(IT) 업계는 플랫폼업계의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윤석열 당선인도 대선과정에서 '자율규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온플법 백지화 가능성이 커지자, 중소기업계와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5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민변, 참여연대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4월 임시국회에서 온플법을 조속한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이성원 한상총련 사무총장은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불공정 행위와 시장독점 행위를 방치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반면 주요 선진국에서는 플랫폼 규제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6월 미국에서는 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반독점 패키지 법안이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독과점적 시장구조의 개선 및 경쟁제한 폐해 시정을 위해 '미국 경제에서의 경쟁 촉진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EU는 지난 달 24일 구글과 애플, 아마존 등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는 '디지털 시장법'(DMA) 도입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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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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