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정권, 용산 이전·인사권 이어 정책 대립
인수위 '나라 빚더미' 비판에
청와대 "성장률 OECD 최고"
탄소중립 놓고도 의견 맞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인사권 문제로 충돌했던 신·구정권이 이번에는 주요 정책 기조를 놓고 대립하는 모양새다. 탄소중립, 부동산 세제 등 굵직한 정책 방향을 놓고 신·구정권이 갈등 조심을 보이면서 산업계와 시장 혼선이 우려된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11일 전체회의에서 "경제는 엉망이고, 나라는 빚더미이고, 국민은 허리가 휘는 상황, 이것이 새 정부가 현 정부에게서 물려받은 성적표라는 것을 국민에게 말씀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했던 확장적 재정정책 등 경제정책을 싸잡아 비판한 것. 그는 문재인정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박근혜정부보다 1%p 낮았던 점, 국가채무가 연평균 95조9000억원 증가한 점 등을 거론하면서 "경제 활력을 떨어지고 빚은 늘었는데 공무원은 13만명 늘었다"고 현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이같은 공세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에선 반박의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확장적 재정정책은 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가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 권고했던 사항이었다"며 "덕분에 우리나라는 전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 가장 적은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양극화의 폭을 줄여가면서 지난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20년 -0.9%로 OECD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4.0%로 주요국들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인 바 있다.
문재인정부가 중점 추진해 온 탄소중립 정책도 신·구정권간 이견이 큰 분야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40%로 상향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같은 NDC에 대해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2030년에 2018년 대비 40%를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실현계획은 없다"고 지적하면서 "탄소중립을 위해 경제계·환경단체·노동계 등 다양한 경제 주체와 함께 실현가능한 계획, 구체적 이행방안을 마련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속도조절론을 예고한 것이다.
청와대는 애플이 2025년까지 RE100(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추진하고 유럽의 탄소국경세가 본격화되는 등 전 세계가 기후위기 대응에 나선 상황에서 탄소중립 정책은 다음 정부에서도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11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2050탄소중립 목표 이행은 각국 정부와 세계적 기업의 요구조건으로 계속 추진해나가야 한다"며 "다음 정부에서 에너지 믹스 정책은 바뀔 수 있지만 탄소중립 정책의 근간은 변함없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세제를 놓고도 신·구정권이 갈등을 보이고 있다. 앞서 인수위는 지난달 31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을 4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현 정부에 요청했다.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하고 시장 매물을 늘리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11일 "투기수요 억제 및 실수요자 보호라는 정책 기조를 믿고 따라준 국민에 대한 신뢰 보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인수위의 요청을 공식 거절했다. 그러자 인수위는 곧바로 "새 정부 출범 즉시 시행령을 개정에 착수해 5월 11일부터 소급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 양도세 뿐 아니라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부동산 관련 세금 정상화를 공약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출범 후 부동산 세제의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청와대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하향 안정화 추세가 지속되던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조심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라며 "어렵게 안정을 찾아가던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반적인 규제완화는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