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자산총액, 사상 처음 현대차그룹 앞섰다
공정위 대기업집단 지정
삼성전자 등 76개 포함
김범수 동일인 지정 피해
두나무·농심 등 8곳 신규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들의 약진도 이어졌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제한집단)으로 지정,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게 됐다. 미국 국적인 쿠팡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이번에도 동일인(총수) 지정을 피했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76개 기업집단이 다음 달 1일 자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이 가운데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47개 집단을 상출제한집단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시 의무가 생기고,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이 금지된다. 상출제한집단은 여기에 더해 상호출자·순환출자·채무보증 등이 금지되고,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총수)로 지정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지난달 2일 현장조사를 통해 지난 1년 사이 쿠팡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봤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김 의장과 친인척의 계열사 현황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공정위는 현행 법·제도 아래에선 미국 국적인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새 정부 출범 이후 법 개정 등을 포함한 제도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대기업 총수 지정 체계가 외국인이 아닌 내국인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만큼 제도 자체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해당 내용과 관련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넥슨 새 총수에 아내 유정현 = 국내 1위 게임사 넥슨 그룹의 새 총수(동일인)로 고(故) 김정주 창업자의 아내인 유정현 NXC 감사가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유정현 감사가 넥슨 최상위 기업 NXC의 최대 출자자인데다 창립 초부터 경영에 관여해온 만큼 실질적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LS그룹의 경우 고 구자홍 초대 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인 구자은 회장이 새 총수로 지정됐다.
넥슨의 자산총액은 11조2610억원으로, 자산규모 기준으로 재계 39위다. 넥슨은 지난 2월 창업자인 김정주 NXC 이사가 별세하면서 기업 총수 자리가 비게 됐다.
자산총액 26조2700억원의 자산규모 기준 재계 17위인 LS그룹 역시 이번에 총수가 교체됐다. 그룹 초대 회장을 지낸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이 지난 2월 별세한 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고 구자홍 회장의 사촌 동생인 구자은 그룹 회장을 새 총수로 지정했다. 구자은 회장이 최상위 회사 LS의 개인 최다 출자자(3.6% 보유)이고 올해부터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점 등이 고려됐다.
◆신규 지정 어떤 곳? = 이번에 새롭게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오른 기업은 모두 7곳이다.
지난해 상장한 배틀그라운드 제작사 크래프톤은 창업 15년만의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공정위는 △기업공개에 따른 공모자금 유입 △매출액 증가 등을 크래프톤의 대기업 지정 배경으로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지난 8월 상장을 통해 4조3098억원을 공모했다. 크래프톤의 자산 총액은 6조292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대기업집단 76곳 중 59위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886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두나무는 가상화폐 열풍에 힘입어 사업이익과 현금성 자산이 증가하면서 자산총액이 약 10조8225억원으로 늘어 가상자산 거래 주력 집단 중 최초로 상출제한집단으로 지정됐다. 두나무의 동일인으로는 송치형 회장이 지정됐다.
공정위가 대기업집단과 상출제한집단을 나누어 지정한 2017년 이후 대기업집단 지정을 건너뛰고 단숨에 상출제한집단으로 지정된 것은 두나무가 첫 사례다.
◆자산 10조 이상도 7곳 늘어 = 공정위는 고객예치금 약 5조8120억원을 두나무의 자산으로 봐야 하는지를 검토했는데, 두나무가 한국표준산업분류상 금융·보험업이 아닌 정보서비스업 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자산에 포함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밖에 보성과 KG, 일진, OK금융그룹, 신영, 농심 등 모두 8개 집단이 사업이익 증가, 자산가치 상승 등의 영향으로 대기업집단에 신규 지정됐다.
자산 10조가 넘는 상출제한집단은 전년(40개) 대비 7개 늘었다. 중흥건설과 HMM, 태영, OCI, 두나무, 세아, 한국타이어, 이랜드등 8개 집단이 신규 지정됐다. 한국투자금융은 제외됐다.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수는 전년 대비 274개 증가한 2886개로 집계됐다. 상출제한집단의 계열사 수는 2108개로 1년 전보다 366개 늘었다.
한편 IMM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금융을 포함한 3개 집단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사모펀드(PEF) 전업 집단, 금융·보험사와 PEF 관련 회사만으로 구성된 기업집단이 지정에서 제외된 데 따른 것이다. 대우건설은 인수·합병으로 중흥건설에 흡수되면서 지정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