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발전특구, 기존 특구와 차별화 가능할까
2022-05-02 11:26:31 게재
전국에 39종 748개 경제특구 이미 운영
인수위, 기업·개인 파격 세제혜택 제시
전국 기초지자체들은 '기대 반 우려 반'
기회발전특구의 핵심은 '세제 혜택'이다. 2일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에 따르면 특구로 이전하는 기업에 양도소득세 납부를 유예해 주거나 감면해준다. 법인세도 획기적으로 감면해준다. 기업 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양도소득세 감면 등 이주혜택을 준다. 창업자에 대한 증여세, 재산세도 감면해준다. 말 그대로 피부로 확 느낄 만한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기회발전특구의 또 다른 특징은 각종 규제를 제한 없이 풀어준다는 점이다. 특구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해 중앙정부의 기존 201개 법률에 따른 규제를 기업이나 지자체가 원하는 대로 유예하거나 면제해 주겠다는 구상이다.
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은 "윤석열정부는 중앙정부 주도에서 지자체와 지역사회 주도로, 관 중심에서 민간 주도로 국가 성장동력이 바뀌도록 할 것"이라며 "기존 경제특구들이 산업 중심이었다면 기회발전특구는 사람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구상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우선 세제혜택은 기획재정부 등과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양도소득세, 재산세 등을 손대야 하는 일이라 관련 부처와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 지역균형발전특위 안대로라면 특구에는 거의 모든 세제를 완화·유예하겠다는 것이다. 균형발전특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계획 초기단계여서 해당 부처와 세제혜택에 대해 충분히 논의한 것은 아니다"며 "새정부가 출범하면 관련 부처와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경제특구 정비도 우선돼야 한다. 균형발전특위와 인천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748개 경제특구가 지정돼 있다. 관련 법에는 50종의 특구가 있는데, 실제 지정돼 있는 특구는 39종 748개다. 법은 있지만 설치되지 않은 특구도 있고, 법이 만들어졌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은 특구도 있다. 경제자유구역처럼 투자유치를 위한 특구도 있지만 대부분 특별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경제특구다. 낙후지역 개발을 위한 특구도 있다. 소관 부처도 다양하다. 국토교통부가 가장 많고,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 등도 각각 몇 가지씩 특구 지정을 담당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봐도 경제특구는 무분별하게 난립해 있다. 광역별로 많게는 80개까지 특구가 지정돼 있다. 기초지자체별로도 평균 3개 이상의 특구가 지정돼 있는 셈이다. 지역균형발전특위 선임자문위원인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기회발전특구 지정에 앞서 난립해 있는 기존 특구들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필요하다면 기회발전특구를 지정하면서 기존 특구를 전환하거나 특구 통폐합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기회발전특구 조성 계획에 반신반의하는 모양새다. 우선 중앙정부가 특구 형태를 정해놓고 요건을 갖춰 오면 심사해 지정해주는 기존 방식과 다르다는 얘기에는 관심을 보였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기업과 사람을 유치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선택해 풀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며 "유명무실한 기존 특구를 정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들은 아직까지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경제특구가 지정돼 운영 중이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낸 특구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50가지나 되는 경제특구에 하나를 더하는 수준이 될지, 아니면 기존 특구들을 대체할 새로운 지역개발 모델이 될지 알 수 없다"며 "새정부가 출범하면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지만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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