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치권과 5월 광주 '진정한 화해' 가능할까

2022-05-18 11:31:03 게재

여권핵심부 18일 광주 총출동 … 국민의힘 의원 100여명도 동참

보수정치인 툭하면 5.18 망언 … 윤 대통령도 '전두환 발언' 논란

여권,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 의사 … "진정성이 화해의 관건"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 장관들, 국민의힘 의원들이 광주로 총출동했다. 보수정권 핵심부가 광주에 집결한 것.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4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보수정치권과 광주는 42년 동안 '진정한 화해'를 하지 못했다. 이날 '광주 집결'이라는 이벤트만으로 뒤늦은 화해가 가능할까. 보수정치권의 진정성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수록이 진정성을 가늠하는 첫 잣대로 꼽힌다.

5.18 기념식 참석하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장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특별열차 타고 광주 집결 =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 장관들, 국민의힘 의원들은 18일 오전 7시 30분 특별열차를 타고 광주로 향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취임 첫 해 5.18 기념식에 참석했지만, 여권핵심부가 총출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기념식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김대기 비서실장과 수석들,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장관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권성동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의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의원 109명 가운데 대부분이 동참한 것. 윤 대통령과 유족 대표 등은 민주묘지 정문인 '민주의 문'을 거쳐 기념식장에 입장했다.

이들은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의원들에게 사전에 악보를 배포했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기념식 참석에 앞서 "당연히 제창할 것이다. 의원들이 대부분 80년대에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진짜 화해? 진정성에 달려 = 그동안 보수정치권과 광주는 '진정한 화해'를 하지 못했다. 책임은 보수정치권에 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는 1997년 한나라당 출범 이후 당사만 기록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의 기원은 민정당으로 해석된다. 5.18 책임자인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만든 민정당은 1990년 3당 합당을 통해 민자당이 됐고, 이후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으로 이어져왔다.

민정당의 피가 흐르기 때문일까, 보수정당 인사들 입에선 5.18 정신을 모욕하는 망언이 끊이지 않았다. 2019년 2월 당시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은 "5.18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5.18 폭동이라고 했는데, 시간이 흘러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김순례 의원은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을 만들어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0월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발언했다가 '전두환 칭송 발언'으로 몰려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지금껏 보수정치권과 광주가 화해하지 못한 책임이 보수정치권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당사자인 보수정치권이 화해에 적극 나서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관건은 진정성이라는 지적이다. 정치적 이벤트에 그칠게 아니라 진심으로 화해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것. 진정성의 잣대로는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18일 "(5.18 정신의) 헌법 전문수록은 국민의힘도 동의하는 대목"이라며 "다만 전문수록만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은 어렵고 권력구조 개편이나 기본권 조항 변경 등을 담은 개헌을 할 때 전문수록도 함께 추진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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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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