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또 하나의 지구'가 될 수 있을까

경제활동 가능하고 플랫폼 간 호환성 있어야 지속가능

2022-05-30 11:41:52 게재

코로나19 특수 끝나며 관심 시들 … 기술 한계 극복, 개발환경 표준화가 과제

이 폭발했던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 이용자가 큰 폭으로 줄었다. 관련 기업 주식가치 하락도 눈에 띈다.


◆메타버스 이용자 큰 폭 줄어 = 30일 모바일 데이터 분석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메타버스 앱 '로블록스'의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주간활성이용자(WAU)는 77만367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대비 17.8%(16만7924명) 줄어든 것으로 지난해 6월 마지막 주 77만3656명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치다.

네이버Z가 운영하는 제페토나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이프랜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같은 기간 제페토 WAU는 13만3708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첫째주 13만126명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이프랜드 WAU는 10만5292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18일∼24일 10만5053명 이후 한달 새에 또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업계에선 이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 사용자수 하락이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 해제로 일상회복이 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한다. 또 당분간 하락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

메타버스 관련 대표기업들 가치도 최고가 대비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우선 메타버스 대장주이자 대표 플랫폼인 로블록스는 27일 종가기준 주가가 31.8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11월 19일 134.72달러의 4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로블록스는 지난해 3월 8일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뒤 '메타버스 열풍'으로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메타버스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메타도 상황이 비슷하다. 27일 종가기준 195.13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하반기 최고가 대비 절반 수준이다 메타는 페이스북이 지난해 메타버스사업을 본격 추진한다며 바꾼 사명이다.

이 같은 주가하락은 메타버스사업 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월 2일 실적을 발표한 메타는 메타버스 관련 사업부서 순손실이 102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월 15일 실적을 발표한 로블록스도 지난해 4분기 매출이 5억6900만달러로 시장 전망치였던 7억7700만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27일 개최한 '디지털과 인문학 융합 포럼'에서 참가자들이 메타버스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제공


◆지속가능한 메타버스가 핵심 = 이런 가운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27일 서울에서 '또 하나의 지구 메타버스, 메타피아(Metapia)를 꿈꾸다'를 주제로 '제2회 디지털과 인문학 융합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지속성과 확장성을 가져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운택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현재 메타버스는 거품이 꺼지고 있는 과정"이라며 "경제적인 활동이 가능해야 메타버스 생태계가 지속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이 메타버스에서 활동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뿐 아니라 경제적인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 교수는 각 사업자별로 구축되고 있는 개별 플랫폼 사이에 호환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메타버스는 내가 컴퓨터를 끄고 나와도 존재하는 세계"라며 "현재 국내 기업이나 지자체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는 죽어있는 공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메타버스가 지속가능하려면 플랫폼 간 호환성이 있어야 한다"며 "제페토에서 쌓은 가상자산을 갖고 로블록스에서 쓸 수 있도록 플랫폼 간 연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석권 한양대 명예교수도 "현재 존재하는 메타버스는 개별사업자가 주인인 앱 수준"이라며 "그것은 우리가 지향하는 메타버스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차세대 인터넷 세상을 주도하려면 주인이 없는 인터넷처럼 개방성을 가진 메타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30년 제대로 된 메타버스 나온다 = 전문가들은 가상·증강현실을 간편하게 볼 수 있는 기술적 발전이 가능해야 메타버스 생태계가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모니터나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수준으로는 메타버스에 대한 접근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는 "메타버스 성장을 위해서는 이용자들이 더 쉽게 메타버스를 이용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이 발전해야 하고, 표준화되지 않은 복잡한 개발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며 "올해 말 나오는 애플의 증강현실(AR)글래스가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 교수도 "메타버스 생태계가 누구나 다 쓰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선 이용자가 적어도 10억명은 돼야 한다"며 "안경 모양 디스플레이가 보급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시기는 이르면 2025년 늦으면 2030년이 될 것"이라며 "지금부터 그 시기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T리서치업체 가트너도 메타버스 서비스가 2030년은 돼야 기기(디바이스) 독립적이며 공간 데이터가 통합되는 성숙단계로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메타버스 세상은 '피할 수 없는 미래'로 사회적 역량을 확대하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즐겁게 사는 도구로서 메타바스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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