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돋보기 졸보기 | 고물가시대 유통업계 고객잡기 안간힘

초저가상품· 할인행사로 장포족(장보기 포기한 고객) 잡는다

2022-06-21 11:06:25 게재

100대 상품 선정 30% 할인 … 직매입 유통단계·마진 줄여 고객 확보

물가가 급등하면서 장보기를 포기했다는 이른바 '장포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마진을 줄이더라도 초저가 상품이나 할인행사를 선보이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롯데마트는 22일까지 인기 많은 참치회 할인 행사(사진)를 진행한다. 4월 생선회 물가가 10.9% 오르며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번 행사에는 사전에 계약한 30톤의 황다랑어 원물을 사용해 판매를 진행한다. 또한 초저온 냉동보관이 필요한 참치를 국내로 곧장 들여와 보관 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유통 마진을 줄였다.

롯데마트가 참치회에 주목한 것은 국민횟감인 광어와 연어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광어 가격은 양식 물량이 줄고 배달 수요가 늘며 2년새 46% 상승했다. 연어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2배 이상 오른 반면 참치는 가격 변동이 크지 않아 롯데마트 수산팀은 지난해부터 참치회로 눈을 돌려 원물 확보에 나섰다. 또 롯데마트는 장바구니 물가를 잡기 위해 물가 안정 태스크 포스(TF)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농협은 최근 물가가 급등한 100대 품목을 선정해 9월 추석까지 최대 30%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농협은 전국 하나로마트 2215곳에서 추석 성수기까지 30% 안팎으로 430억원 규모 가격 할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올해 유통계열사 판매장 등에서 제철과일과 수급이 불안한 농산물을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하고 전국의 '농협 NH OIL주유소' 667곳에서 유류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로 했다.

농협은 농산물 할인을 통해 총 220억원, 유류 저가 공급을 통해 830억원 지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마트는 직매입 비중을 확대하고 산지 다양화를 모색하고 있다. 오렌지의 경우 전체 수입 물량 중 직매입 비중을 지난해 50% 수준에서 올해 80%까지 확대했고 육류의 경우 산지 다변화, 사전 비축 등을 통해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한끼에 먹기 적절한 양을 담은 '소포장 상품'을 농산·축산·수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출시했다. 현재 약 20개 이상 상품을 이미 판매 중에 있다. 대가족이 아니면 쉽사리 구매하지 못했던 식재료를 1·2인가구도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다.

기존의 3인분 밀키트 '홈플러스시그니처 시리즈 8종'을 1인분으로 만들고 마트 초밥의 대명사였던 '초밥 30입'을 '간단초밥 4입'으로 기획하는 등 소포장 상품의 구색을 넓히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들도 물가를 낮추기 위해 물류망과 직거래선 확보에 나섰다.

쿠팡은 납품업체가 현지에서 검품과 포장을 완료하면 쿠팡이 보유한 트럭이 직접 물건을 실어 배송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며, 중간 물류비를 낮췄다.

마켓컬리도 신선식품이나 생필품을 농가나 업체에서 직접 매입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방식인 '컬리프레시 365' 프로젝트를 통해 물가 잡기에 나섰다.

11번가는 이달까지 SK페이 포인트를 최대 9%까지 쌓을 수 있는 '쇼킹적립' 기획전을 운영한다. 신선 및 가공식품, 패션잡화, 침구류, 주방용품, 반려동물용품 등 '쇼킹적립'의 분야별 대표 상품을 기획전을 통해 소개한다. 제주 산지에서 직접 배송하는 '제주 푸드랩 초당 옥수수', 홍대 맛집의 비결을 담은 '미미네 국물떡볶이' 등 다양한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할인행사를 할 수 있는 폭이 제한적"이라며 "마진을 줄여서라도 가격을 안정화시켜 소비심리가 사그라들지 않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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