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입법 공백 … 임산부 혼란 여전

2022-06-27 11:19:23 게재

미 낙태권 폐기 … 국내 헌법불합치 상태

미국 연방 대법원이 "임신중절이 헌법으로 보호받는 기본권이 아니다"라며 로 대 웨이드 판결(Roe v. Wade, 1973)을 49년만에 폐기하자 국내에서도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관련 입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형법 제269조의 낙태죄 규정 등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판결을 선고하면서 국회에 2020년까지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는 법률안을, 박주민 의원은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자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10주까지 낙태를 허용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금까지 총 6개의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 등 유관 상임위에 계류돼 있지만 종교계, 여성계, 의료계 등의 입장차가 커 정치권은 눈치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임신중절수술을 진행 중인 산부인과 등에서도 수술에 대한 기준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아 혼란을 겪고 있다.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낙태가 이뤄지고 있는가하면 임산부 등이 수술 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21일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과 생명운동연합 등은 국회의원회관에서 '낙태법 개정안 입법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는데, 연취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와이)는 "기간 제한 없이 낙태가 합법인 국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여러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사례연구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지난 2020년 11월 낙태죄 입법 공백을 막기 위해 형법과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에 있다"며 "절대적 약자인 태아를 생명으로 인정하고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유왕현 변호사(법무법인 새서울)는 27일 "낙태 허용 기준을 명백히 입법화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헌법재판소 판결 취지를 살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임산부와 병원의 혼란만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영재 대구지방법원 판사는 25일 페이스북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아무런 후속 법을 만들지 않았다"며 "헌법불합치 이후에도 여성에게 안전하고 저렴한 임신중단 의료조치가 제공되고 있는 줄 아는가? 천만에"라며 입법 공백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여전히 거의 모든 산부인과가 기존 법상 임신중단 허용사유 이외엔 임신중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고 먹는 임신중단약은 여전히 처방불가 상태"라고 지적했다.

안성열 기자/변호사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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