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분리매각·3천억원 DIP<회생기업 금융> 추진’

2025-12-29 00:00:00 게재

홈플러스, 29일 법원에 회생안 제출 … 노조 반대·채권단 판단이 관건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매각과 3000억원 규모의 회생기업 금융(DIP)을 핵심으로 한 회생계획안을 29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다.

이른바 ‘통매각’이 무산되자 상대적으로 매각 가능성이 높은 슈퍼마켓을 먼저 정리해 유동성을 확보한 뒤 대형마트사업부 매각을 재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노동조합의 반대와 채권단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회생계획이 법원의 인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9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부 분리매각 △회생계획 인가 후 인수합병(M&A) 추진 △DIP를 통한 3000억원 자금 조달 등을 골자로 한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한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회생절차에 돌입한 이후 다섯 차례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연장하며 통매각을 추진했지만 인수 희망자를 찾지 못했다.

◆운영자금도 바닥, 급한 불부터 꺼야 = 홈플러스가 분리매각과 DIP를 병행하려는 배경에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있다. 회생절차 개시 이후 매출 감소가 이어졌고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체납도 발생했다. 이달 들어서는 직원 급여를 분할 지급하는 등 운전자금도 사실상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올해 들어 매출이 약 20% 감소했다. 지난해 3000억원을 넘겼던 영업손실 규모도 더 확대됐을 가능성이 크다.

회생계획안의 핵심으로 꼽히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 297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익스프레스 매각 가격을 6000억~1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는 분리매각을 통해 급한 불을 끄고, DIP로 매각까지 버틴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분리매각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이날 중 공식 입장을 통해 반대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가 일정 수준의 구조조정을 고려하는 것은 홈플러스의 생존을 전제로 정치권과 정부 등 공공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을 말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책임을 회피하고 경제적 부담을 사회와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MBK 중심의 구조조정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MBK는 이 문제와 관련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채권단은 슈퍼마켓 분리매각이 가져올 득실을 따져 회생계획안 동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SSM을 우선 매각할 경우 홈플러스의 몸집이 줄어 향후 매각이 상대적으로 쉬워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사업성이 좋은 부문이 빠져나가면 대형마트 본체의 매력도는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슈퍼마켓 매각 이후에도 매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그나마 수익을 내던 사업이 사라져 자금난이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 협력사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일부 협력사들은 대금 정산 지연을 이유로 납품을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회생절차 신청 직후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지만 정산 지연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최우선 변제권 바뀌는 DIP = 이런 가운데 DIP의 경우 채권단 반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DIP는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이 회생 기간 동안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받는 신규 자금 지원을 말한다. DIP 자금은 일반 대출과 달리 회생절차상 최우선 변제권이 인정된다. 회생기업이 다시 부실해지거나 청산으로 전환되더라도 기존 채권자보다 먼저 변제받을 수 있도록 법원이 보호한다.

기존 채권자들의 이해관계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제공하며 마트 점포 62개를 담보로 잡고 있어, 변제 순위가 밀리는 DIP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회생계획안이 제출되면 법원은 관계인 집회를 열어 채권단 동의 여부를 확인한 뒤 인가 여부를 판단한다. 채권단과의 협의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회생계획안 인가 과정에서 분리매각의 타당성과 DIP의 필요성, 이해관계자 간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생계획안이 인가되지 않을 경우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폐지와 함께 청산 절차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회생법원이 정한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29일까지다. 법적으로는 추가 연장이 가능하지만, 이미 다섯 차례 기한이 미뤄진 데다 인수자 부재와 유동성 고갈이 겹친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법원이 다시 시간을 허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15개 점포를 순차적으로 폐점을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달 30일 홈플러스 동대문점이 마지막 영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정치권도 책임있는 자세 보여야” = 이런 상황에서 공적 주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가 지역 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민간 자본에만 회생을 맡기기보다는 정책금융기관이나 구조조정 전문기관이 일정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공적 자금 투입에 대한 부담과 형평성 논란 역시 만만치 않아 실제 실행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생계획안 인가 여부가 향후 절차의 방향을 가를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선택한 분리매각과 DIP가 회생의 돌파구가 될지, 아니면 청산으로 향하는 마지막 시도가 될지는 회생계획안과 이후 채권단·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며 “그동안 홈플러스 회생절차와 관련해 깊숙이 개입했던 정치권도 이제는 공공 구조조정 등에 대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