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으로 새길 여는 중소·벤처기업│⑨ 아이에이
DMB(디지털미디어방송) 칩 제조에서 차세대 차량용반도체 전문기업으로
IGBT 전력반도체 분야 국내 선두, 세계 10위 올라
SiC 전력반도체 소자 국산화 성공, 내년 양산 추진
웨이퍼→소자→모듈 설계부터 제조까지 시스템 갖춰
기업은 사람처럼 생로병사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닥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야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한국경제는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력과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정신으로 무장된 기업인들이 있었기에 성장해 왔다. 내일신문은 (사)밥일꿈과 함께 기업가정신으로 새 길을 여는 중소·벤처기업 20곳을 발굴해 연재한다. 산업의 대전환 시기를 헤쳐 나가는 용기와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1993년 설립됐다. 처음에는 디지털미디어방송(DMB) 칩을 생산했다. 2010년부터 차량용 전력반도체에 주력했다. 지금은 국내 중소기업 중에서 유일하게 차량용 전력반도체를 생산해 대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2019년에는 국책과제를 통해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2023년 말 양산을 목표로 부산 기장군에 5000평 규모 부지를 마련했다. 2025년 글로벌시장 4% 달성을 자신한다.
요즘에는 차세대 전력반도체로 불리는 절연게이트 양극형 트랜지스터(IGBT) 기반 전력반도체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이미 IGBT 전력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10위를 기록 중이다. 매년 매출의 4%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전체 인력의 약 15%가 R&D 인력이다. 소자·모듈 설계부터 생산까지 가능한 시스템도 갖췄다.
멀티미디어 칩 전문업체에서 차량용 전력반도체를 기반으로 이제는 전기차솔루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차량용반도체 강소기업에 올라선 아이에이(공동대표 김동진, 이용준, 레이먼김)의 실적이다.
◆차량용반도체 글로벌시장 도전 = "차량용반도체 분야 글로벌리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자금여력도 충분하다. 글로벌 대기업들과 경쟁에서 자신 있다." 지난달 30일 아이에이파워트론(인천 부평구 소재)에서 만난 레이먼 김 공동대표는 자신감을 보였다.
아이에이는 SiC 전력반도체, IGBT 전력반도체, 전자제어식 파워스티어링(EPS)용 전력모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전력모듈-전력반도체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기술혁신형중소기업(이노비즈기업)이다.
아이에이는 아이에이파워트론, 트리노테크놀로지, 오토소프트와 함께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아이에이는 일종의 지주회사 격으로 파워트론 57.2%, 트리노 50.7%, 오토소프트 65.0%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트리노테크놀로지는 전력반도체 소자 설계·개발·제조·판매를, 오토소프트는 반도체 소프트웨어 개발과 검증을 맡고 있다. 파워트론은 모듈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웨이퍼는 중국합작법인에서 생산하고 있다.
아이에이는 실리콘을 재료로 하는 웨이퍼 제조부터 디바이스(소자), 모듈 생산까지 자체능력을 갖춘 것이다. 아이에이 현재 모습은 2010년 김동진 회장의 노력 덕이다. 김 회장은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부회장 출신이다. 그는 2010년 아이에이(옛 씨엔에스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김 회장은 인수 후 회사의 미래를 차량용반도체 중심으로 재편했다. 곧바로 파워트론과 트리노 경영권을 확보했다. 차량용반도체 사업구조를 완성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2014년부터는 전기차솔루션 사업으로 확장했다.
◆다양한 전력반도체 기술력 확보 = 현재 주력제품은 전력반도체다.
아이에이는 IGBT 기반 전력반도체 분야 국내 선두기업이다. IGBT는 전기자동차에서 전력 손실을 줄이는 전력반도체의 일종이다. '자동차의 CPU' 역할을 한다. 전력반도체는 전력을 장치에 맞게 변환·분배·제어하는 핵심 반도체소자다. 가전제품, 통신기기, 신재생(태양광 등)에너지 발전, 전기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하고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의 주행 성능과 전력 효율을 결정짓는다.
IGBT는 고전압·고전류 환경에서도 빠른 처리속도를 보이는 게 장점이다. IGBT 생산에는 초박막 웨이퍼 공정기술이 필수다. 아이에이는 초박막 웨이퍼 공정이 가능한 생산시설을 갖췄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 조사(2020년 매출액 기준)에서 아이에이 IGBT 점유율은 세계 10위로 나타났다. 20위권 내에서 국내기업으로는 유일하다.
자동차 전자제어식 파워 스티어링(EPS)용 전력모듈은 누적 900만대 이상을 양산해 왔다. 이 제품은 차량방향을 제어하는 장치로 모터 구동용 전류를 제어하는 핵심기능을 담당한다. 파워모듈은 95% 이상을 현대차, 기아의 '전기조향장치시스템'(MDPS)에 적용되고 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중국 BYD사에도 공급하고 있다.
SiC 기반 전력반도체 소자도 2019년 국산화했다. SiC는 실리콘(Si)과 탄소(C)로 구성된 화합물반도체다. 기존 실리콘보다 절연파괴 전계강도(제품 손상없이 버틸 수 있는 전압의 정도)가 10배 이상 우수하다. 20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도 작동한다. 실리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고신뢰성 차세대 전력반도체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고효율 전력반도체 중요성이 더 커졌다. 특히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산업 성장으로 주목받는 핵심기술이다.
오광훈 트리노테크놀로지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차량용반도체에 대한 공급부족 사태가 SiC 전력반도체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공급망 교란은 아이에이에게도 악재였다. 600억원대 매출이 500억원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글로벌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자동차부품 수급에 영향을 미친 탓이다. 그러나 악재만은 아니었다.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긴 자동차제조사들이 적용 가능한 부품구매에 나서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신생업체에게 기회가 생긴 셈이다. 아이에이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매출이 다시 올라 지난해 매출이 812억원으로 뛰었다. 신생 전기차 제조사들이 늘어난 것도 도움이 됐다.
◆전기차시장 확대에 기대 = 아이에이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 있다. 전기차시장 급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HS 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용반도체시장 규모는 2020년 466억달러(약 60조4500억원)에서 2023년에는 597억달러(약 77조44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전기차 기술의 발전으로 2030년엔 300조원 이상의 거대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에이는 우선 향후 5년 내에 자동차 전용 파워모듈에 실리콘 칩을 적용 시키는 것이 1차 목표다. 상황은 긍정적이다. 차량용반도체 공급망 차질로 어려움을 겪는 자동차제조사들이 아이에이의 기술력과 생산력에 주목하고 있다.
김동진 공동대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SiC시장에서 글로벌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