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그곳, 가상현실로 만난다
서울시 디지털경험디자인 '소원여행'
어르신들 추억의 장소 영상에 담아
# "어렸을 때 아버지 손잡고 함께 갔던 백양사 걸어보는 게 마지막 소원이었어."
# "너무 좋아요. 내가 아프기 전 젊은 시절도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경험만으로도 우울감을 개선하고 인지능력을 향상시켜요."
서울시가 노년층 우울증 해소를 도울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시는 시립노원노인종합복지관과 함께 '디지털 경험디자인-소원여행편-돌이켜봄'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노년층의 우울증 해소와 인지 강화 프로그램을 연계한 시범사업으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이동에 제약을 받아 우울감을 느끼는 어르신들을 돕기위해 개발한 'VR여행'이다.
지난해 오세훈 시장이 요양시설을 방문했을 때 한 어르신이 "탁 트인 한강에서 시원하게 바람 쐬고 여동생들과 시설에 들어오기 전 같이 본 불꽃놀이가 그립다"는 소망을 듣고 어버이날 비대면 VR 한강여행을 깜짝 선물로 제공한 사례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돌이켜봄'은 어르신들 인생 속 행복했던 순간,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꿈에 그리던 장소를 신청받아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로 경험을 디자인해 제공한다.
여러 이유로 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던 고향, 어렸을 때 부모님 손잡고 갔던 여행, 젊은 시절 뛰어다녔던 일터 등 VR 기술을 활용해 마치 그 장소에 온 것처럼 생생하게 디지털 디자인을 통해 제공한다.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대화형식으로 구성한 나레이션 등을 통해 아름답던 시간을 돌아보고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느끼게 하는 긍정적 효과를 주는데 주력했다.
서울시와 노원종합복지관은 협업을 통해 영상 시청 후 각자 인생에 대해 생각하고 표현하는 '참여 활동'을 프로그램화했다. 노년층의 자존감 및 자기효능감을 향상시키고 정서적, 신체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과정으로 설계했다.
시는 돌이켜봄 제작에 필요한 기술과 도구를 누구나 쓸 수 있도록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기획부터 운영까지 총 6단계로 구성된 일종의 제작 패키지를 제공해 전문가는 물론 기본적인 VR 교육을 받은 어르신까지 직접 활용할 수 있다.
VR 영상의 활용성이 커지는 대상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외출에 제약이 있는 어르신들이다. 몸이 불편하기 전 자주 들렀던 방문지, 그리웠던 곳 등을 가상현실로 경험하는 동안 정서적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 이현준 세븐포인트원 대표는 "노인이 되면 오늘 점심 메뉴는 생각나지 않아도 청년 시절 기억은 또렷하게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며 "회상요법은 자신의 옛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도움으로써 자존감 향상, 장기기억 자극을 통한 뇌 활성화 등으로 삶을 긍정적으로 회상하고 행복감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는 VR 기술을 통한 노인의 기억 속 과거 환경 되찾기, 젊은 시절 회상과 경험이 정신활동을 자극해 우울감과 고립감을 해소하고 불안 장애 및 인지 능력 등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시민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공공의 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하는 서울시 디자인 거버넌스를 통해 "코로나 이후 외출에 제약이 많은 어르신들에게 삶의 활력을 선물할 수 없을까요?"라는 시민 제안이 접수됐고 이를 서울시와 노원노인종합복지관, 기업 등이 협업을 통해 개발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