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없고, 긴장만 키우는 남북

2022-07-12 10:41:51 게재

남 "실기동 한미연합훈련 검토" … 북 "핵전쟁 일촉즉발" 경고

윤석열정부의 등장과 함께 남북간 대화는 사라지고 긴장수위만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시험 발사와 핵실험 가능성까지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한미는 내달 중순 실제 장비와 병력이 이동하는 대규모 연합훈련에 나설 예정이다.

전략자산을 동원한 대규모 연합훈련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해 온 북한은 이번에도 강도 높은 비난과 함께 무력시위를 할 공산이 크다.

국내 도착한 미 공군 F-35A 전투기 │국방부는 5일 미국 알래스카 주 아일슨 기지 소속 5세대 전투기 F-35A 6대가 한반도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미 공군 F-35A 전투기는 전북 군산의 미국 공군기지에 열흘간 배치돼 우리 공군과 연합훈련을 할 예정이다. 사진 주한미군 제공


11일 군당국에 따르면 한미는 내달 22일부터 9월 1일까지 한미연합지휘소훈련(CCPT)을 진행하기로 했다. 통상 CCPT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훈련이지만, 한미는 이번에 야외실기동 훈련까지 검토 중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윤석열정부의 정책 기조가 반영된 것이다.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 이후 한미의 야외 실기동 연합훈련은 대대급 이하 규모로만 이뤄졌고 여단급 이상 대규모 연합훈련은 중단됐다.

따라서 이번 CCPT에서 야외 실기동 연합훈련의 진행 여부와 함께 그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CCPT는 2018년 전까지 매년 실시하던 전반기 키리졸브(KR)와 독수리연습(FE), 하반기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 대규모 연합연습을 통합해 매년 전·후반기 2차례에 걸쳐 시행하는 쪽으로 바꾼 것이다.

한미는 훈련의 명칭 변경도 검토 중이다. '지휘소 훈련'이라는 이름에 '동맹' 등의 단어를 넣어 좀 더 명확한 의미를 담겠다는 의지다.

내달 훈련과는 별개로 이번주 한미 공군은 양측의 F-35A 스텔스 전투기 수십대를 동원한 연합훈련을 실시한다. 이를 위해 미측에서 지난 5일 F-35A 여섯 대가 한국에 도착했고, 한국 이 보유한 F-35A 40대와 첫 연합훈련을 실시하게 된다.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주한미군이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연합훈련 실시를 공개할 만큼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한미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북한군도 이달부터 하계 훈련에 돌입한 상태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군은 7월부터 하계훈련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현재까지는 집중호우와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이며, 관련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하계훈련 기간 부대 검열이나 대비태세 점검 차원 등을 명분으로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북한군은 10일 오후 서해로 방사포를 2발가량 발사했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북한 외무성은 미국의 핵전략자산이 동원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시행될 경우 북한의 대응조치를 유발해 자칫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외무성은 11일 국제정치연구학회 연구사 리지성 명의로 홈페이지에 올린 '정세 격화를 불러오는 위험천만한 군사적 결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미일 3각 공조를 비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리 연구사는 "만일 조선반도(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미국의 핵전략 자산들이 투입된 대규모 합동 군사 연습들이 끝끝내 강행되는 경우 우리의 응분의 대응조치를 유발하게 되어있다"며 "사소한 우발적 충돌로도 쉽게 핵전쟁에로 이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새뮤얼 파파로 미국 태평양함대사령관이 지난달 21일 한국과 일본을 찾아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만나고 일본 당국자와도 면담한 것을 가리켜 "미국과 추종 세력들의 무모한 군사적 결탁 책동"이라고 맹비난하면서 "미국이 '확장 억제력 제공'의 미명 하에 조선반도에 핵전략 자산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준비 사업을 마감 단계에서 다그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이자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11일 "(전술핵무기의) 사명은 우선 전쟁에 말려들지 않자는 것이 기본이지만 적대세력이 국가의 근본이익을 침탈하려 드는 상황이 조성되거나 일단 전쟁상황에서라면 그 사명은 바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이 전략핵무기를 개발하고도 한반도 전쟁위협과 북침을 방지할 수 없어 전술핵무기를 개발했다는 논리의 연장이며 그 대상이 남한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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