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입찰 담합한 현대제철 등에 2천억대 과징금
공정위, 7개사 검찰 고발
물량배분하고 가격 짬짜미
연간 9500억대 계약금액
조달청이 발주한 철근 입찰에서 현대제철 등 11개사가 6년 동안 담합한 것으로 드러나 2000억원대 과징금을 물고,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들 회사들은 단계별로 낙찰 물량 배분과 투찰 가격 합의에 나섰고, 사전에 투찰 예행연습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조달청이 정기 발주한 철근 연간단가계약 입찰에서 담합(공정거래법 위반)한 현대제철 등 11개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565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또 현대제철 등 국내 7대 제강사의 전·현직 직원 9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업체별로는 현대제철 866억1300만원이 가장 많았다. 동국제강 461억700만원, 한국철강 318억3000만원, 대한제강 290억4000만원, 와이케이스틸 236억5300만원, 환영철강공업 206억700만원, 한국제강 163억4400만원, 화진철강 11억8600만원, 코스틸 8억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현대제철 등 7개 제강사와 화진철강 등 압연사들은 매년 130만∼150만톤 규모(연간 계약금액 평균 9500억원)로 실시되는 조달청 입찰에 참여하면서 담합을 실행했다. 철근 입찰은 입찰자가 계약할 희망 수량과 단가를 투찰한 뒤 최저 가격으로 입찰한 업체 순으로 조달청의 공고 물량이 채워질 때까지 낙찰자가 정해지는 이른바 '희망 수량 경쟁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이런 방식의 입찰에서는 입찰자가 낸 가격으로 계약이 체결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최저 입찰 가격이 다른 입찰자에게도 적용됐다. 이에 따라 담합에 가담한 14개 사업자(3개 사업자는 파산 또는 폐업해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음)는 낙찰받을 물량뿐 아니라 입찰 가격도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28건의 입찰에서 단 한 번도 탈락 업체가 생기지 않았고, 투찰률(예정 가격에 대한 낙찰금액의 비율)은 대부분 99.95%를 넘었다.
이들 회사는 각 업체의 생산능력 등을 기준으로 낙찰 물량을 배분했다. 입찰 공고가 나면 7대 제강사 입찰 담당자들이 우선 만나 물량 배분을 협의하고, 조달청에 가격자료를 제출하는 날 나머지 압연사 입찰 담당자들과도 만나 업체별 낙찰 물량을 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투찰 가격은 쪽지 등을 통해 전달하면서 공동으로 결정했다. 이들은 입찰 당일 대전역 인근 식당 등에 모여 최종 결정된 업체별 배분 물량, 투찰 가격을 점검하고 투찰 예행연습을 실시하기도 했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은 "민간분야 철근가격 담합, 철스크랩 구매 담합 등에 이은 공공분야 철근 입찰 담합에 대해서도 엄중히 제재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사실과 다소 다른 측면이 있다"며 공정위의 제재에 행정소송 등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