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지하철 이어 노사 타협으로 파국 막아

2022-12-02 12:42:25 게재

정부-화물연대 강대강 대치와 대조

대통령실 "몰아붙이기 안 할 것"

만남과 대화로 풀었다. '파국은 막자'며 머리를 맞대고 밤샘 논의 끝에 합의를 이끌어 냈다.

줄지어 서 있는 화물연대 트럭들ㅣ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삼표시멘트 인천사업소 앞에 화물연대 노조원들의 트럭들이 줄지어 정차돼 있다. 이 업체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수송이 끊기면서 시멘트 제품 제조·포장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철도노조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전날 밤부터 2일 새벽까지 코레일 서울 사옥에서 밤샘 협상을 벌인 끝에 올해 임금·단체협상 개정에 잠정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9시 예고한 파업은 철회됐고, 모든 열차가 정상 운행됐다.

앞서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도 파업 하루 만에 정상운행에 들어갔다. 노사가 파업중에도 밤을 세워가며 협상을 벌여 합의를 이끌어냈다.

코레일, 서울교통공사 모두 파업으로 인한 국민고통과 안전사고를 막자는데 뜻을 같이하며 끈기있게 대화에 나선 결과다.

하지만 화물연대파업은 다른 모습이다. 파업 9일째에도 2차례의 형식적인 대화마저 끊긴 채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에 이어 정유부문에 대한 업무개시명령도 초읽기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화물연대 파업은 정부의 강경기조가 문제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협상이라는 용어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특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원 장관은 '과로사'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열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루에도 몇개의 사업장을 돌며 상황을 점검하고 관계자를 격려하고 있다. 1일만 해도 철도노조 파업대비 서울 구로 차량기지, 인천시 소재 시멘트 유통기지, 서울 관악구 소재 주유소를 방문했다.

그러나 화물연대와는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1·2차 협상도 모두 국토부 2차관과 물류정책관이 참석했다. 만남은커녕 그 누구보다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2차례 협상은 아무런 소득없이 끝났고, 정부와 화물연대는 파국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러는 동안 공사를 멈춘 건설현장이 늘고 주유소 기름은 바닥날 위기에 처했다.

물론 원 장관의 강공모드는 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 의결 후 "노사 문제에 있어 당장 타협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러면 또 다른 불법파업을 유발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화물연대 파업은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정치화시켜 버렸고 심지어 굴복시키려는 느낌마저 든다"며 "특히 정부가 화물노동자(차주) 등 '비전형 고용' 부문에서는 노사간 타협하면서 답을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무관용 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대통령실은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일 내일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주유소 휘발유 수급은 현재 관리 가능하다"며 "갑자기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임시국무회의를 열거나 하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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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국 이재걸 한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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