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12.3’ 이후 대선, 왜 여성이 더 투표했을까
2025년 6월 대선이 벌써 아득한 옛일 같다. 예전 같으면 대선 이후에 투표율 분석이나 성별·연령별·지역별 지지율 분석 기사가 쏟아졌을 텐데, 2025년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유독 조용히 넘어갔다. 관심을 가져야 할 더 급한 일들이 너무 많았던 탓이리라.
하지만 2025년 대선 결과는 여러가지 중요한 퍼즐을 남겼는데 그중 하나가 투표 참여에 관한 것이다. 2025년 대선 투표율은 79.4%로, 2022년 대선 투표율 77.1%보다 2.3%p가 증가했다. 이 숫자 2.3%p에 담긴 비밀을 푸는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데이터가 12월 8일 공개되었다.
전국 단위 선거가 끝나면 대략 5~6개월쯤 뒤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자 총수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투표자들을 조사해서 누가 투표했는지에 대한 결과를 공개하는데, 2025년 대선 투표자 조사 결과가 공개된 것이다. 선관위 공개 데이터를 하나씩 뜯어보며 퍼즐을 풀어보자.
200만여명의 새로운 투표자는 누구?
2022년 3월 대선에 비해 2025년 6월 대선에서 투표자는 117만여 명이나 증가했다. 이 투표자들은 누구였을까?
간단한 산수를 해보자. 2022년 대선에 비해 2025년 대선에 새로 늘어난 투표자들은 1) 2022년에는 선거권이 없었다가 2025년 선거권이 생긴 유권자와 2) 2022년에는 선거권이 있었으나 투표하지 않았다가 2025년에는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일 것이다. 이 투표자들의 합이 117만여 표보다 80만~90만여표가 더 많아야 2025년 대선 투표자 수가 나온다.
80만표 이상을 더해야 하는 이유는 한해에 18세 이상 성인 사망자가 대략 37만 여명이기 때문이다. 2022년 대선부터 2025년 대선까지 대략 3년이 경과했으니 111만여 명의 선거권자가 사라졌고, 이 유권자들이 생존했다면 채웠을 투표자들의 자리를 새로 등장한 투표자들이 채웠을 것이다. 이런 계산법으로 2025년 새로운 투표자가 대략 200만명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 가운데 새로 선거권을 얻은 선거권자는 2025년 18~20세 유권자들이고, 12월 8일 공개된 선관위 데이터에 따르면 이 연령층의 투표율은 대략 75%다. 18~20세 투표자가 100만 명쯤 되니, 2022년에도 선거권이 있었지만 투표하지 않았다가 2025년에는 투표한 사람도 100만여 명 되는 셈이다. 이들은 누구였을까?
선관위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대선에 비해 2025년 대선 투표율이 20대는 3.5%p, 30대 4.3%p, 40대는 2.2%p, 50대는 0.4%p, 70대는 1.6%p, 80대 이상 유권자는 4.0%p 더 늘었는데 반해 60대만 0.3%p 감소했다. 20~40대 투표율 증가 폭이 50~70대보다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이 누구를 지지했는지를 알 수 없으나 적어도 ‘12.3 비상계엄’에 대해 50대 이상보다 40대 이하 연령층 유권자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했고 더 많이 투표장에 나왔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여성과 남성 중 누가 투표장에 더 나왔을까? 18세 여성은 남성보다 7.1%p 더 투표했고 19세 여성은 남성보다 2.5%p 더 투표했다. 20~24세 남성 투표율은 2022년 대비 2025년 2.7%p 증가한데 반해 여성은 4.3%p 증가했다. 25~29세에서는 남성 투표율이 3.1%p 증가한데 반해 여성은 3.8%p가 증가했고, 30~34세 남성 투표율 증가는 2.1%p인데 반해 여성은 5.8%p가 증가했다. 35~39세에서도 남성 투표율 증가는 3.3%p였지만 여성은 5.8%p가 증가했다.
40대에서도 남성은 1.6%p 증가했지만 여성은 2.8%p가 증가했다. 50대에서는 남성 투표율이 0.2%p 감소한데 반해 여성은 0.9%p가 늘었다. 60대에서도 남성은 0.9%p 감소했지만 여성은 0.2%p가 늘었다. 70대에서도 남성 투표율은 0.4%p가 증가했지만 여성은 2.5%p가 증가했다. 연령별, 성별 투표율 변동에서 50대와 60대 남성을 제외하고 모든 집단에서 투표율이 증가했고, 모든 연령층에서 여성 투표율은 남성보다 더 높았다.
전 연령층 여성 투표율이 남성보다 높아
총투표율 기준 대선에서는 2012년 대선부터, 지방선거에서는 2018년부터,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2020년부터 여성 투표율이 남성 투표율을 넘어섰다.
하지만 연령 구간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2022년 대선에서는 50대 이하 연령층에서 모두 여성 투표율이 남성보다 더 높았고 60대 이상에서는 남성 투표율이 여성보다 더 높았다. 하지만 2025년 대선에서는 50대 이하에서 여성이 더 투표했을 뿐 아니라 60대에서도 여성과 남성 투표율이 87.3%로 동일해졌다.
그리고 2025년 대선에서는 남녀 투표율 격차가 2022년보다 더 벌어졌다. 20대 전반에서 남녀 격차는 2022년 3.4%p에서 2025년 5.0%p로, 20대 후반에서는 8.9%p에서 9.6%p로, 30대 전반에서는 5.0%p에서 8.7%p로, 30대 후반에서는 5.0%p에서 8.7%p로, 40대에서는 2.9%p에서 4.1%p로, 50대에서는 1.2%p에서 2.3%p로 격차가 확대되었다. ‘12.3’ 이후 일련의 사태에 대해 여성 유권자들이 남성 유권자들에 비해 더 민감하게 투표로 반응했다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사실 이 부분은 향후 별도의 조사와 데이터로 검증이 필요해 현재 자료만으로는 해석이 조심스럽다. 하지만 민주주의 위기 시에 여성 유권자가 더 민감하게 반응한 사례가 한국에만 있었던 건 아니다. 2022년 브라질 대선에서 당시 보우소나루 현직 대통령과 룰라 후보의 결선투표 득표율 격차는 1.8%p, 득표수로는 214만표 정도로 당락이 갈렸다. 브라질은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시행한다. 그리고 이 간발의 격차를 만들어낸 건 투표장에 더 많이 나왔던 여성 투표자들이었다(뉴욕타임즈, 2022/11/01, How Brazilian Women Swung the Election for Lula).
여성이 민주주의 민감도에서 앞서
작년에 나온 한 보고서는 브라질만이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 민주주의 위기 시에 민주주의를 지키는데 여성 유권자가 더 능동적으로 반응했다고 한다(카네기 국제평화재단, 2024, On the Front Lines: Women's Mobilization for Democracy in an Era of Backsliding).
미국에서도 1984년 대통령 선거 이후 지금까지 여성 투표율이 더 높았고,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여성 인권 및 민주주의 위협에 위기의식을 느낀 여성들이 더 투표장에 나왔다고 보고한다.
보고서는 그 이유에 대해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비민주적 정치인들일수록 여성의 권리를 위협하기 때문에, 여성들일수록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자신의 문제로 더 직접적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둘째, 많은 나라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양육과 돌봄의 주체일 경우가 많고 여성들이 민주주의 위기로 인한 사회경제적 위기를 생계의 위협으로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셋째, 여성들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비정형적인 조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남성들보다 반응이 더 조직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이 갖는 조직적 이점이란 마을공동체, 주민자치 단체 등 풀뿌리 네트워크나 환경단체, 인권단체 등 시민단체 활동을 여성이 더 많이 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일수록 주민단체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 동시에 여러개 단체에 속해 있기 때문에 한 단체를 넘어서는 여러 단체들의 연합을 만들어내기에 용이하다는 것이다.보고서는 이런 특성을 '연합 형성자'(Bridge Builders) 역할이라고 불렀다.
직관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들이 발견된다. 동네 주민자치 조직이나 마을공동체 활동에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참여하고, 젊은 층에서도 여성들이 온-오프라인 동호회나 커뮤니티 활동을 더 많이 한다.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여성과 남성 투표율 격차가 향후 더 벌어질 것인지 주목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