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연체율 5%대로 떨어지나…내년 영업 확대 나설 듯
연체율 관리 잘한 곳 중심으로 규제 완화 가능성
금감원, 12일 ‘저축은행 건전성 관리 강화’ 워크숍
저축은행들이 부실채권 정리에 속도를 내면서 올해 말 연체율이 5%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체율 관리를 잘한 저축은행에 대해 선별적으로 영업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27 부동산 대책에 따라 신규 대출이 급감한 가운데 내년에 저축은행의 영업 확대로 중저신용자들의 자금 공급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12일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건전성 관리 강화’ 워크숍을 개최한다. 79개 저축은행에서 100여명 가량이 참석한다. 연체율 관리를 잘한 대신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이 모범사례를 발표한다. 금감원은 내년도 감독·검사 방향에 대해서도 설명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초는 저축은행들의 연체율이 높아 강력한 부실채권 정리가 필요했고 1년 동안 강도 높은 관리를 진행한 결과 연체율 상승세가 멈추고 2분기부터 하락했다”며 “연말에 5%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지난해말 8.52%에서 올해 1분기 9.0%로 상승했다. 하지만 6월말 7.53%, 9월말 6.90%로 하락했다.
부실 PF 정리 영향이 컸다. 저축은행의 PF대출은 2023년 6월말 10조원에서 올해 6월말 7조5000억원으로 감소했고, 토지담보대출은 같은 기간 13조7000억원에서 3조7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부동산PF 공동펀드를 조성해 부실 PF를 정리했다.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들은 공동펀드에 1조4000억원 규모의 PF 사업장을 매각했다. 3분기 7100억원 규모의 5차 펀드, 4분기에는 1000억원 규모의 6차 펀드를 조성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 연체율이 높은 상황에서 영업을 확대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올해 부실채권 정리에 방점을 두고 업계를 압박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9월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총여신 잔액은 93조4323억원으로 지난해말(97조9462억원) 대비 4조5139억원(4.61%) 감소했다.
6·27 부동산 대책에 따라 신용대출 한도가 기존 연 소득 1~2배수 내에서 연 소득 이내로 축소되면서 저축은행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1~14일 기준) 상위 10개(총자산 규모) 저축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승인율은 33.1%에 그쳤다.
대형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대출 규제에 묶이면서 저축은행의 신용대출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며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NICE신용평가는 2026년 금융업권 산업전망과 신용등급 방향성에 대해 발표하면서 저축은행의 산업환경을 ‘불리’하다고 판단했고 신용등급 방향성은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저축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비율이 2022년말 141%에서 올해 9월말 49%로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산업환경이 여전히 불리하다고 본 것이다.
김연수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비우호적 영업 환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산건전성 리스크가 여전해 대손비용 부담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장부상 부실자산 축소를 통해 건전성 지표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나, 부실PF 정상화 과정에서 회수율이 예상보다 낮을 경우 손실이 다시 확대되고 건전성 지표가 재차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연구원은 또 “내수 경기 부진으로 가계 및 자영업자의 차입여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 회복 지연에 따라 부동산 관련 대출 수요도 둔화되고 있다”며 “또한 정부의 가계부채 안정 기조에 따른 대출 규제도 강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업권의 총자산 및 총여신 증가세는 정체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부의 대출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영업 환경 개선이나 건전성 강화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중저신용자 대출이라는 저축은행 본래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정부는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2금융권과 대부업계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취약계층에 자금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업계의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3월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 저축은행 역할 제고방안’을 발표하면서 지역·서민금융공급 확대를 밝혔지만, 6월 부동산 대책 규제로 사실상 영업이 막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금융위원회, 금감원, 예금보험공사, 금융연구원, 서울보증보험 등이 참여한 저축은행 제도개선 TF를 운영하고 있다.
저축은행 연체율이 5%대로 낮아지고 부실 PF 정리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제도개선 TF에서 영업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 영업이 정상화돼서 총여신이 증가하면 연체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꾸준히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연체율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