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가다ㅣ광주시 풍암호수
수질개선 해법 놓고 지역사회 '갈팡질팡'
정치쟁점 변질되면서 TF권고안 뒷전
강기정 시장, 개선대책 내놓을지 관심
◆10년 넘게 악취 등 발생 = 축구장 527배 크기인 풍암호수(376ha)는 1951년 농업용 저수지로 조성됐다. 1990년 이후 주변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개발되면서 해마다 녹조와 심한 악취가 발생했다. 수질개선을 위해 정화시설을 설치했지만 깨끗한 물이 공급되지 않아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광주시와 서구는 2018년 33억원을 들여 5km 밖에 있는 영산강 물을 끌어와서 고인 물을 순환(1일 7500톤)하는 수질개선 사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5월 영산강 물이 공급되면서 악취와 녹조가 한동안 해소됐지만 수질은 여전히 엉망이다. 서구가 지난해 실시한 '풍암호수 수질검사 현황'에 따르면 부유 물질량과 화학적·생화학적 산소 요구량, 총인 및 총질소 함량의 변화가 거의 없다. 특히 총질소는 여전히 매우 나쁨(1.5mg/L 초과)이며, 총인 역시 여름철 곳곳에서 '나쁨(0.15mg/L 이하)'으로 측정됐다.
최근 가뭄으로 수량이 급격히 줄면서 악취가 되레 심해졌다. 주민 이 모(54)씨는 "산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심해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수질이 엉망인 이유는 영산강 물 자체가 깨끗하지 않은 데다 비가 내릴 때마다 생활쓰레기와 오수가 그대로 유입돼서다. 33억원을 들인 수질개선사업이 실패한 것이다. 광주시와 서구는 풍암호수에 공급되는 영산강 물 수질을 묻자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광주시 종합건설본부 관계자는 "서구의 요구로 영산강 물을 풍암호수에 공급하는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당시 영산강 물 수질은 서구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구는 풍암호수 수질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자 2019년부터 전문가와 주민 등이 참여한 TF를 계속 운영하고 있다. 한때 풍암호수 일부를 매립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졸속행정'이라는 뭇매를 맞고 무산됐다. 이런 와중에 2019년 풍암호수를 포함한 민간공원 특례사업(중앙공원1지구)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중앙공원1지구 개발사업자가 풍암호수 수질개선을 떠안았다. 개발사업자는 2020년 6월 주민공청회 등을 거쳐 대규모 수질정화시설 설치 등에 모두 590억원을 투입하고, TF 권고가 있을 때 반영하는 조건으로 중앙공원1지구 실시계획인가를 받았다.
광주시와 서구는 이후에도 TF를 운영했다. 그리고 2020년 11월 △1일 250톤 이상 맑은 물 유입 때 3급수 이상 유지로 대규모 수질정화시설 미설치 △수심 및 담수량을 줄이고, 산책로 폭을 넓혀 수질관리가 용이하도록 조성 △유입수 확보방안 우선순위 선정 등을 개발사업자에게 제시했다. 특히 담수량을 줄이기 위해 수심을 1.5m 낮추는 방안을 포함했다. 광주시와 서구는 최적의 권고안이 도출됐다고 평가했다. 개발사업자가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실시계획 변경절차에 착수했고, 풍암호수 수질개선 논의가 일단락됐다.
◆강 시장 리더십 시험대 = 어렵게 도출된 풍암호수 수질개선 방안은 중앙공원 1지구 개발사업자가 심각한 내분을 겪으면서 1년 넘게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7월 주민설명회를 통해 공개됐다. 하지만 수심을 1.5m 낮추는 방안이 '전체를 매립'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주민 오 모(62)씨는 "호수 전체를 매립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24년 총선에 출마할 정치인들이 가세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일부 정치인들은 토론회 등을 통해 원형보존 및 친환경적 수질개선 방안 마련 등을 내놓고 주민을 자극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 3일 풍암호수 수질개선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국회의원 등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갖가지 수질개선 방안을 제시하며 논란을 키웠다. 광주시는 간담회 이후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어정쩡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최적의 방안이라고 평가했던 TF 권고안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또 개발사업자가 진행 중인 실시계획 변경절차도 중단될 상황에 놓였다. 광주시 관계자는 "가능한 빨리 해결방안을 제시할 생각이지만 구체적 일정을 말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