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상장 연기 … 이커머스 돈줄 마른다

2023-01-05 10:53:32 게재

투자심리 악화 탓

11번가 등 '빨간불'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히던 마켓컬리가 결국 상장을 연기했다. 글로벌 경제 악화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돈줄이 마른 탓이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4일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컬리는 "지난해 이커머스 업계 평균을 뛰어넘는 성장을 이뤘고 계획 중인 신사업을 무리 없이 펼쳐 가기에 충분한 현금도 보유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상장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컬리는 지난해 3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8월 22일 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그러나 예비심사 과정에서부터 고질적인 적자와 불안정한 지분 구조 문제로 진통을 겪었다. 컬리 기업가치는 2021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까지만 해도 4조~7조원에 달했지만 증시 침체에 고평가 논란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8000억원 수준이 적정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후에도 경기침체로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상장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0월에는 상장 철회설까지 돌았지만 당시에는 "기한 내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철회를 부인한 바 있다. 컬리의 상장 연기선언은 당분간 숨고르기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장 작업을 연기하기로 한 만큼 향후 재추진을 위해서는 예비심사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

유통업계는 이번 컬리 상장연기로 자금 경색이 어려워 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시장 상황 악화로 CJ올리브영 쓱닷컴등이 상장 작업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올해 상장을 준비중이 11번가 오아시스마켓 등도 이번 컬리 결정으로 기업공개 손익을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컬리 상장연기 선언으로 그동안 상장을 준비했던 유통업계 대부분이 기업공개에 대해 재검토에 들어갈 수 있다"며 "적자에 허덕이는 이커머스업체들에 대해 돈줄이 더욱 마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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