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회원 개인정보까지 요구"

2023-02-15 11:13:03 게재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요건 전수조사 마찰

시민사회 "독립성 훼손·시민 참여 위축"

행안부 "자발적 협조 요청, 강제 아냐"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요건 전수조사를 놓고 정부와 인권·시민사회단체가 마찰을 빚고 있다. 비영리민간단체의 정보를 현행화해 국민에게 정확한 단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조사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시민사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권재단사람 정민석 사무처장은 15일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요건 전수조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등록부처마다 조사시기, 제출서류, 소통방법 등이 모두 달라 혼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이름, 연락처, 생년월일, 주소 등 세부적인 개인정보를 포함한 회원명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시민들의 사회참여 활동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중앙과 시도에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에 대한 전수조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비영리민간단체의 정보를 현행화해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요건이 미비한 단체는 등록을 말소해 보조금이 잘못 쓰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전국에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부처와 지자체별로 조사방식이 다르고 과도하게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시민사회의 반발을 낳고 있다.

민주노총과 인권운동사랑방 등 전국 73개 시민사회단체는 14일 공동성명을 내고 비영리민간단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비판하면서 "인권·시민사회단체의 독립적 운영을 침해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행안부가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요건 전수조사를 진행하면서 왜 조사를 하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공문이 필요하다는 요구에도, 법적근거를 묻는 말에도 어물쩍거리는 태도만 보인다"며 "심지어 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현장조사를 나오겠다고 하거나 단체 법적 지위가 말소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활동을 위축시키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시민단체들은 특히 "조사과정에서 개인정보를 포함한 회원명부를 요구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비영리민간단체에 자발적으로 가입하고 참여하는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수조사의 법적인 문제점도 제기했다. 이들은 "이번 조사는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 범위에서 실시하고 조사 목적에 적합하게 조사대상자를 선정하며, 유사하거나 동일한 사안에 조사가 중복되지 않도록 한 행정조사기본법의 기본 원칙을 어긴 조사"라며 "무엇보다 행정조사가 자발적 협조를 얻어 실시할 수 있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관계부처는 조사의 목적과 근거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협조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조사과정을 보면 정말 국민에게 단체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겠다는 목적에서 이뤄지는 것인지 의심마저 든다"고도 했다.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 폐지 추진, 국고보조금 지원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특별감사,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 강화 등 노조와 시민사회를 상대로 한 정부의 일련의 조치들을 거론하면서 "부패라는 낙인을 찍기 위해 시민사회부터 노동조합까지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며 "시민사회와 노동조합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도록 시민들의 지지를 갈라치겠다는 윤석열정부의 악의적인 의도가 이번 전수조사와 맞닿아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전수조사 결과 발표를 보고 시민사회의 공동대응 강도를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전수조사는 강제조사가 아닌 현황파악 요청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어 자발적으로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개인신상 자료 역시 자발적 협조가 아니면 조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고보조금 조사 결과 20~30%는 실존하지 않는 단체였다"며 "이에 따라 전체 비영리민간단체 등록 상황을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조사하는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구본홍 김신일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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