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수업 마친 초등생 도서관에서 돌본다

2023-04-27 10:34:52 게재

금천구 특화된 방과후시설 '책마을'

독서문화과정 필수, 창의력에 중점

"요아놀이 하는 거예요." "응원봉 만들어요."
금천구 작은도서관 3곳이 방과후 아이들 돌봄시설로 탈바꿈했다. 아이들은 책과 친해지고 작은도서관을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다. 사진 금천구 제공


서울 금천구 독산4동주민센터 2층 '꿈씨어린이 작은도서관'이 아이들 재잘대는 소리에 들썩인다. 도서관 한켠에 미닫이문이 있고 아이들은 그 안쪽 방에 모여 있다. 돌봄교사와 함께 종이를 오려 테이프로 붙이랴, 가운데 솜을 채워 넣으랴 분주하다. 인기가수 공연장에서 필수라는 응원봉을 축소한 손놀이 장난감을 직접 만드는 중이다. 촉각발달에 도움이 되는 '요즘 아이들 놀이'다. 잰 손놀림 가운데도 최근 시작한 '책 읽기 도전'에 몇권이나 성공했는지 비교하기 바쁘다.

27일 금천구에 따르면 작은도서관을 활용해 아이들을 책으로 키우는 금천형 초등돌봄센터 '책마을'이 인기다.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은 부모가 마중 나올 때까지 시간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창의력을 자극하는 특화된 독서문화 과정에 참여한다. '책마을'은 '책을 품은 마을'을 의미한다.

금천형 마을돌봄 모형을 만들기 위해 2021년 초등학생 보호자 대상 실태조사를 했는데 방과후돌봄 선택 기준 가운데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조사에 응한 652명 중 34%였다. 구는 "학교 내 공간이 가장 좋겠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아이들이 자주 찾는 작은도서관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2022년 서울시교육청 온종일돌봄체계구축 공모사업에 선정돼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꿈씨어린이 작은도서관을 비롯해 독산3동 '청개구리'와 시흥동 '꿈꾸는'이 동참했다. 300~500m 거리에 초등학교가 있어 학교 파한 뒤 찾아오기 편하다.

학습지도는 하지 않는다. 대신 주 3회 이상 도서관에 구비된 책을 활용한 독서문화 과정을 진행한다. '책나무 독서코칭'이 대표적이다. 아이들 독서수준을 진단, 그에 맞춰 책을 읽고 독후활동을 하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독서이력까지 관리한다.

올해는 '60권 읽기'에 도전한다. 책을 읽고 독후활동을 하면 그때마다 퍼즐 한조각을 주는데 60개를 받아 완성품을 만들면 연말에 상을 준다. 주제에 맞는 책 읽기나 책마을 도서 빌리기 등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면 문구류 간식꾸러미 등 선물이 있어 아이들 호응이 크다.

책마을에 배치된 교사뿐 아니라 마을 전체가 아이들을 돌보는데 동참한다. 주민들로 구성된 금마샘(금천마을선생님)이 미술치료 코딩 등 놀이·체험·창의활동을 함께 한다. 노인 일자리와 연계한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안전 등·하원'도 있다.

책마을마다 아이들과 함께 계획을 세워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한다. 2호점인 꿈씨어린이 작은도서관을 이용하는 아이들은 자치회의에서 '톡톡리뷰'를 택했다. 문방구에서 판매하는 물건부터 요즘 유행하는 과자까지 소비자 입장에서 사용 후기를 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박다솜 돌봄교사는 "자신의 생각을 쓰고 이야기하는 기회가 드문 만큼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할 수 있는 활동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책마을 이용시간은 저녁 7시까지지만 보호자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도서관이 8시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연스레 서가 앞으로 향한다. 아이들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쉽게 접하고 도서관을 친숙한 공간으로 인식하게 돼 보호자들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금천구는 올해 책마을을 지속사업으로 전환한데 이어 주민과 아이들 요구에 맞춰 계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금천만의 특색을 갖춘 돌봄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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