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 공개 조례, 제2의 무상급식 사태?
서울시의회의장, 조례안 직권 공포
시교육청은 대법원 제소, 법정 다툼
시의회, 2011년엔 무상급식 조례 공포
시의회가 내민 조례안을 서울시교육청이 거부(재의요구)하자 시의회가 이를 다시 의결했고 그럼에도 교육청이 이를 공포하지 않자 이날 직권 공포를 강행한 것이다.
시의회가 강행한 조례안 직권 공포는 2011년 무상급식 사태를 연상케한다. 당시 오세훈 시장이 시의회가 의결한 친환경무상급식 지원조례를 거부하자 민주당이 주도한 시의회는 의장 직권으로 조례를 공포했다. 11년 전과 현재의 차이는 갈등 주체가 서울시와 시의회에서 시교육청과 시의회로 바뀌고, 시의회 다수당과 의장이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시의회 관계자는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 공개는 자녀들 학업 및 성적과 관계가 있는 사안인 만큼 (조례 실시 여부가) 학부모들 사이에 미치는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시의회가 직권 공포라는 강수를 둔 데는 시교육청에 대한 반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의회는 9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칠 정도로 해당 조례 통과에 공을 들였다. 서울교육학력향상특위를 만들어 운영해왔으며 교육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학교를 순회 방문하는 등 힘을 쏟았다.
하지만 시의회가 제안한 조례안에 시교육청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3차례나 반대 의견을 담은 공문을 시의회에 보냈고 "기초학력 보장에 관한 사무는 국가사무이며 따라서 진단결과 공개는 현행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거부했다.
김현기 시의장은 "조례안 이송 이후 5일 이내에 교육감이 공포하도록 돼 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관련 규정은 이 같은 경우 의장이 직권 공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되받았다.
문재인정부 당시 비공개로 전환된 초중고 기초학력진단검사 결과가 논란이 된 데는 코로나 사태가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학교교육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학력 저하 문제가 본격 부상했다. 특히 중위권 이하 학생들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2021년 서울교대가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수학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한 결과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점수 하락이 뚜렷했다. 이런 영향들 탓에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학교 교육 내실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항목으로 '기초학력 보장(20.6%)'을 꼽은 이들이 제일 많았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학교 서열화에 대한 우려가 가장 높다. 해당 조례는 진단검사 결과를 지역별, 학교별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과를 적극적으로 공개한 학교는 포상을 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서울 전체에서 하위 20%에 포함되는 학생들이 많은 지역과 학교가 드러날 수 있다. 개인별 결과는 문의하는 학부모나 학생에 한해 알려주지만 '어느 지역, 어느 학교는 하위 20%에 해당하는 학생이 몇명"이란 식으로 서열이 매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낙인효과에 대한 걱정도 나온다. 서울 소재 한 사범대학 관계자는 "해보나마나 강남지역 학력이 높게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학교교육보다 사교육 영향이 훨씬 크다"며 "하위권 학교의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사기가 저하되고 이들 학교로는 진학을 꺼리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대법원 제소를 준비 중이다. 조례안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절차에도 착수한다. 가처분신청이 인용되면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기각될 경우 의장의 직권 공포에 따라 진단검사 결과 공개가 곧바로 적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