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MZ세대 절반 이상 '생활비·실업' 걱정
딜로이트그룹 2만여명 설문조사, '가장 우려하는 현안'으로 꼽아 … "재정 스트레스, 미래계획 못세워"
"생계비 스트레스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하기가 힘들고 부업까지 해야 해서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뉴질랜드에 사는 밀레니얼 세대 여성 A씨), "물가가 갈수록 치솟아, 생계비를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내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교육과 삶을 지원하지 못할 수 있어 걱정된다"(브라질에 거주하는 밀레니얼 세대 여성 B씨), "일자리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인플레이션율이 높아 임금 협상도 쉽지 않다. 어떨 수 없이 부업까지 해야 하는 실정이다"(한국에 거주하는 Z세대 여성 C씨).
18일 한국 딜로이트 그룹(총괄대표 홍종성)이 발간한 '딜로이트 2023 글로벌 MZ 세대 서베이' 보고서에 담긴 심층 인터뷰 내용이다.
딜로이트 그룹은 전 세계 44개국 MZ세대 2만2856명(밀레니얼 세대 8373명, Z세대 1만 4483명)을 대상으로 설문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Z세대는 1995년 1월~2004년 12월 출생, 밀레니얼 세대는 1983년 1월~1994년 12월 출생 세대를 의미한다.
설문조사 결과 '글로벌 MZ 세대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현안'으로 생계비를 꼽은 비율은 Z세대 35%, 밀레니얼 세대는 42%로 가장 높았다. Z세대는 실업(22%)과 기후변화(21%), 정신건강(19%), 사회안전(17%) 순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기후변화(23%), 실업(20%), 질병예방(19%), 사회안전(18%) 등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Z세와 밀레니얼 세대 모두 기후변화를 3대 사회 문제 중 하나로 꼽았지만 생계비가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기후변화를 꼽은 응답자 비율은 2022년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고 밝혔다.
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매달 빠듯하게 살고 있다'고 답했다. Z세대는 51%, 밀레니얼 세대는 52%가 이 같이 밝혔다. 전년 대비 각각 5%p씩 오른 것이다. 2년 내 이직한 응답자들의 비율은 더 높았다. Z세대는 55%, 밀레니얼 세대는 57%였다.
이 때문에 재정 압박을 줄이기 위해 부업에 나서는 MZ세대는 늘었다. 본업 외에 파트타임 또는 풀타임으로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응답자 비율은 Z세대의 경우 46%, 밀레니얼 세대는 37%로 나타났다.
MZ세대는 주로 첨단기술 분야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부업 내용을 보면 제품 및 서비스 온라인 판매(Z세대 21%, 밀레니얼 25%), 음식 배달 및 차량공유 앱 등 긱(gig) 경제활동(Z세대 20%, 밀레니얼 19%), 예술 활동(Z세대 18%, 밀레니얼 15%),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활동(Z세대 16%, 밀레니얼 15%) 등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재정 스트레스 때문에 미래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MZ세다가 늘고 있다"며 "MZ세대는 돈을 아끼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간소한 생활습관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패스트패션을 지양하면서 중고의류를 구입하는가 하면 자동차를 처분하고 육류섭취를 중단하거나 유제품까지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 식단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조사 결과만 놓고 봐도 결과는 비슷하다. 한국 MZ 세대 501명 중 Z세대(48%)와 밀레니얼(46%) 두 세대 모두 생계비 증가를 최대 관심 사안으로 선택했다. 소득 부족으로 여러 직업을 병행하는 Z세대(31%)와 밀레니얼(24%) 세대 비율 또한 전년 대비 각각 3%p와 2%p 증가했다.
직장에 대한 워라밸 만족도는 밀레니얼 세대 31%, Z세대 34%로 지난 2019년 조사 대비 각각 13%p 증가했다. 보고서는 "팬데믹을 경험하며 소속 회사가 업무환경 유연성 제공 등 여러 가지 긍정적 변화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며 "이들은 직장 선택 최우선 고려 항목으로 워라밸, 자기계발 및 학습, 급여 순으로 응답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회사에서의 업무적 압박은 MZ세대에게 높은 수준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Z세대(52%)와 밀레니얼 세대(49%)의 약 절반이 번아웃을 느낀다고 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Z세대 사이에서 특히 심각한 사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12개월 동안 직장에서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Z세대는 51%, 밀레니얼 세대는 39%로 나타났다. '최근 12개월 동안 직장에서 미묘한 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Z세대는 41%, 밀레니얼 세대는 34%로 집계됐다. 손재호 한국 딜로이트 그룹 고객산업본부 본부장은 "이번조사 보고서는 팬데믹 이후 발생한 고물가, 고금리 현상에 대해 MZ세대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장애물이 무엇인지 입체적으로 분석한 지침서"라며 "기업 경영진 및 주요 관계자분들은 이번 리포트를 통해 이들이 추구하는 워라밸과 커리어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기후 변화 및 환경 문제, 지속가능성 등 MZ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안들을 고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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