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혁신 기업인 열전 | ① 안상준 마미엘 대표

직원이 20년만에 사장 돼 매출 2배 이상 끌어올려

2023-05-24 00:00:01 게재

취임 4년만에 200억→400억원 돌파

유통업체를 기술혁신기업으로 변신

반도체에 프로그램 입혀 고부가가치

코딩교구 모블로·스마트맨홀 개발

세계가 경기침체에 빠져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진행형이다. 한국도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에 저성장까지 복합위기 한 가운데에 놓여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패권 경쟁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 기업의 도전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사)밥일꿈과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 중소기업인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40대 중반에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직원으로 입사한지 20년 만이다. 대표를 맡은 지 4년만에 회사 매출을 200억원대에서 400억원대로 올려놨다.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도 40% 성장을 이끌었다.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한 덕이다. 이제 목표는 코스닥 상장과 취임 10년 내 매출 1000억원 달성이다.

안상준 마미엘 대표의 발걸음은 가볍지만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19일 서울 구로구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본사에서 안 대표를 만났다.

그는 "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에 올라 젊은시절 가졌던 꿈을 이뤘다"면서 "이제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며 웃었다.

마미엘(mamiel)은 통신칩 전문 공급회사로 1998년 설립됐다. 초기에는 통신관련 반도체와 부품을 유통했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조명기기 등 전기·전자제품 제조에 뛰어 들었지만 재미를 못봤다.

지금은 글로벌 20여개 반도체 회사들과 공식대리점 계약을 통해 국내 280여개 사물인터넷(IoT), 산업(Industrial), 가정용 스마트기기(Home Appliance) 등에 필요한 반도체 기술지원과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중 제어용 반도체(MCU) 기술지원과 부품 공급 등 시스템 관련 분야가 주력사업이다. MCU는 전기·전자제품에 사용되는 제어용반도체로 PC의 두뇌인 CPU 역할을 한다. 주요 취급부품으로는 각종 기기의 조작 전반을 제어하는 집적회로(IC), IGBT FET 등 트랜지스터와 전원 없이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기억하는 비휘발성기억장치(EEPROM) 등이다.

빠른 부품공급 경쟁력을 바탕으로 협력사들과 신뢰를 쌓았다. 덕분에 회사는 꾸준히 성장했다. 회사 설립 20년만에 매출 200억원대에 들어섰다.

◆창업주가 직원에 사장 제안 = 2019년 회사는 큰 변화를 맞았다. 창업주가 안 대표에게 회사 경영전권을 맡겼다. 창업주는 스스로 자금담당으로 역할을 정했다.

그는 창업주 제안을 처음에는 거절했다. 내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서지 않아서다. 창업주의 거듭된 제안에 대표직을 수락했다. "창업주의 믿음에 힘을 얻었다"고 안 대표는 회상했다.

대학에서 제어계측을 전공한 안 대표는 회사가 설립된 그해 연구직으로 입사했다. 창업멤버인 셈이다. 입사 1년 후 영업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람과 만남에 적극적인 성격 덕분에 영업이 즐거웠다. 20년간 공학도로 기술이해가 깊은데다 영업능력까지 갖춘 그를 창업주는 눈여겨 봤다. 특히 명확한 일처리 기준은 창업주 신뢰를 얻었던 것이다.

안 대표는 취임하면서 "직원들과 함께 4년 차에 코스닥상장 준비, 10년 내 매출 1000억원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취임 후 제품개발(PD)사업을 강화했다. 사업 부가가치를 높이고 기존 영업위주 회사를 기술혁신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다.

그는 PD사업을 자신했다. 그동안 주도해온 기술영업 성과에서 희망을 봤다. 삼성 QLED TV의 발광다이오드(LED) 드라이버 펌웨어(백라이트 밝기 콘트롤용) 개발에 참여했다. 마미엘이 개발한 펌웨어를 장착한 MCU 공급량은 현재까지 1000만개 이상이다. 하이패스 보급률이 60% 미만일 때  마미엘은 적극적인 영업을 통해 보급률 (85%) 상승과 함께 동반 성장했다

최근에는 자체개발한 코딩교육용교구와 스마트맨홀을 내놓았다.

코딩교육용교구는 각종 센서를 장착한 블록, 작업판(플레이트)으로 구성돼 있다. 블록마다 기능이 달라 화면에 보이는 영상을 따라 블록을 쌓으면 디지털 화면과 연동돼 아이들의 창의적인 사고를 유도하는 교구다. 

스마트맨홀은 관제시스템과 통신할 수 있는 맨홀이다. 기존 철판맨홀 뚜껑 밑에 장착하면 밀폐된 환경정보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작업자 안전은 물론 재해재난을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 안 대표는 "국내에서 스마트맨홀 완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며 "영등포와 용산 지역에서 시범으로 설치했다"고 전했다.

단순 칩공급에서 벗어나 고객사 제품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칩에 장착하고 기술교육을 병행한 결과다. 2005년 연구소를 설립해 다양한 칩과 무선통신 관련 프로그램 개발능력을 보유하고 보안기술력 확보 노력이 빚은 성과이기도 하다.

◆향후 5년간 먹거리도 확보 = 마미엘은 안 대표 취임 후 급성장했다. 취임 첫해(2019년) 209억원이던 매출은 2022년 470억원으로 증가했다. 4년만에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

그는 마미엘 미래에 긍정적이다. 마미엘은 향후 5년간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한화큐셀 코나아이 등으로부터 수주를 따냈다. MCU 통신반도체 전력반도체를 인쇄회로기판(PCB)에 디자인하는 능력을 인정받는 덕이다. 앞으로 스마트에너지 스마트카드 스마트터미널 분아 진출할 기반을 다진 셈이다.

"코스닥 상장과 매출 1000억원 달성은 정말 직원들을 위해 이루고 싶은 꿈이다. 회사 성과를 직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월급쟁이에서 사장에 오른 안상준 대표. 누구보다 직원들의 마음을 알기에 직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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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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