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찬휘 녹색당 대표

"기후위기 대응 위한 나눔의 자원 충분"

2023-05-31 12:07:03 게재

세계녹색당총회 6월 8~11일 한국에서 열려 … 새로운 개혁 위한 연대의 장

"조천호 박사(대기과학자)가 산업화(1850~1900년) 이전 수준보다 지구 평균 온도가 1.5℃ 이상 상승해도 1.5℃에 맞는 마음의 상태가 되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죠. 물론 1.5℃ 상승을 막기 위해 애써야겠죠. 동시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지구 온도 상승 억제 못지않게 함께 살아 갈 수 있도록 나눔의 정신을 우리 모두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미 나눌 수 있는 자원은 충분하거든요."

2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녹색당사에서 만난 김찬휘 녹색당 대표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녹색당은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가 난 이듬해인 2012년에 창당했다. 탈핵운동을 기본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생태적인 전환과 불평등 및 차별 해소를 주요 가치로 삼는다.

"올해는 제5차 세계녹색당&아시아태평양녹색당 연합총회(Global Greens & Asia Pacific Greens Federation Congress)가 한국에서 열리는 의미 있는 해입니다. 핵 발전과 기후위기 등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위한 어려운 문제들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죠. 기후위기가 워낙 절박한 과제인 만큼 보다 많은 이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총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각국 녹색당의 국제적 네트워크로서의 세계녹색당(글로벌그린즈) 제5차 총회는 6월 8~11일 인천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다. 5년에 한번씩 열리는 국제 정치행사로 세계 90여개국의 녹색당 국회의원, 정치인, 녹색당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 세계 정치 연합체는 세계녹색당 헌장(Global Greens Charter)에 따라 △생태적 지혜 △풀뿌리민주주의 △사회정의 △비폭력평화 △지속가능성 △다양성옹호 등의 공통강령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국내총생산(GDP)중독을 벗어나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나눔과 순환을 실천하면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지 않겠냐 걱정하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함께 대응해 가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흔히 '쉼'(휴식)을 생산성이 없는 활동이라 여기죠. 하지만 뉴턴이 만유인력 법칙 발견한 건 바로 '쉼'의 시간 덕분이었죠. 흩어진 구슬들을 어떻게 꿰느냐에 따라 쉼과 돌봄이 오히려 생산적일 수 있어요."

1660년대 페스트가 영국 런던을 덮치자 뉴턴은 울스도프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대학이 다시 문을 열 때까지 전원생활을 즐기던 중 그동안 쌓아왔던 지식들을 천천히 재정립하는 기회를 가지면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떠올린 것이다.

김 대표는 녹색당이 이러한 새로운 발상이 떠오르는 대안의 숲과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전환의 씨앗이 싹이 트기도 전에 사라지지 않도록 함께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연대의 힘을 만들어 가고 싶은 게 그의 꿈이다.

"지난 4월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있는 네카어베스트하임 2호기를 비롯해 마지막 가동 중이던 독일 원자력발전소 3기가 모두 멈췄어요. 독일이 탈핵을 하기로 결정한지 12년 만에 모두 가동을 중단한 역사적인 순간이었죠. 이러한 개혁은 한 순간에 혹은 특정 정당만의 힘으로는 절대 되지 않아요. 모든 기후정의운동의 연대가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기후정의운동의 연대만큼이나 정치의 영역도 중요합니다. 비례대표제를 하는 독일은 14.8% 지지율의 녹색당이 118석을 얻을 수 있었지만, 소선거구제를 하는 영국은 11.8% 지지율의 녹색당이 겨우 1석을 갖고 있어요. 독일은 탈핵을 이뤘지만 영국은 작년에 신규 핵발전소를 승인했습니다. 비례대표제 위주로 가야 진영논리에 시민들의 의견이 사라지는 일을 막을 수 있어요. 기후위기 시대에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이 시급합니다."

글 사진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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