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부 첫 노사정간담회 무산 … 노정관계 악화

2023-06-01 11:52:12 게재

한국노총, 경찰의 유혈진압에 반발

대화참여 대신 '정권심판투쟁' 선언

포스코 하청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고공농성 중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경찰에 의해 유혈진압되면서 윤석열정부 첫 노사정간담회가 무산됐다. 어렵게 정상운영된 최저임금위원회까지 파행을 겪을 것으로 예상돼 노정관계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3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포스코 하청노조 고공농성 과정에서 발생한 윤석열정권 공권력 남용 및 폭력 진압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6월 1일 예정된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 불참을 선언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연이어 자행된 윤석열정권의 폭력 연행과 진압을 보며 한국노총은 윤석열정권이 노동계와 대화할 생각도 의지도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한국노총은 윤석열정부의 실패가 결국 노동자와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사회적 대화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앞에서는 대화의 손을 내밀고 뒤에서는 농성장의 벼랑 끝에서 노동자를 폭력 진압하는 정권에 대해 이젠 무엇도 기대할 수 없다"며 "이 시간 이후 한국노총은 윤석열정권 심판 투쟁을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노사정 간담회에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지난달 29일부터 포스코 하청업체인 포운(옛 성암산업)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7m 높이의 망루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던 김 사무처장은 31일 진압과정에서 경찰이 휘두른 경찰봉에 머리 등을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달 30일 농성현장에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강제연행하면서 무릎으로 목을 눌러 제압하고 뒷수갑을 채워 과잉진압 논란이 일었다.

김 사무처장이 경찰에 체포되면서 어렵게 정상운영을 시작한 최저임금위원회도 파행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김 사무처장은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이기 때문이다.

31일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들은 긴급성명을 통해 "김 사무처장을 향한 경찰의 극악무도한 행태는 충격적"이라며 "앞으로 최저임금위 회의가 파행된다면 그 책임은 정부와 경찰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위는 다음달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전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노사관계 맥락을 모르는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닌데 진압작전 펴듯 하면서 전체 노사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며 "당분간 노사정이 마주 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노사정간담회 무산에 대해 김문수 위원장은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사회적 대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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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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