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대통령제, 이대로는 안된다

2023-06-22 11:58:37 게재
한국은 대통령이 내각을 구성하고 국가를 통치하는 '대통령중심제' 국가다.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은 1987년 제9차 개헌을 통해서 마련된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다. 대통령의 리더십에 문제가 생길 때면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된 탓으로 돌린다. 그래서 정치권과 일부 학계에서는 내각책임제 개헌론이 나오고 있다. 내각제는 국회 다수당이 내각을 구성해 국정을 책임지는 제도다.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되면 되는대로, 국정이 불안하면 그 또한 대통령중심제 때문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40~50% 지지로 당선돼 리더십에 근본적 한계

대통령 선거제도를 꼼꼼히 따져보자. 헌법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제67조1항)고 정해져 있다. 만18세 이상 선거권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게 직접 투표로 대통령 선출에 참여할 수 있다. 대통령 후보자가 1인 단독출마일 경우는 그 득표수가 유권자(선거권자) 전체 총수의 1/3 이상을 얻지 못하면 당선될 수 없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제70조).

유념해 볼 것은 대통령 선거 규칙이다. "대통령 당선인 결정은 유효투표의 다수를 얻은 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고 되어 있다. 한번의 투표로 한표라도 더 얻은 사람이 당선된다. 합당한 제도인지 따져볼 때가 됐다.

대통령 5년 단임제와 직선제에 대한 배경부터 살펴보자. '5년 단임제'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대를 거치면서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대통령 직선제' 역시 민주적인 선거 절차로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채택한 것이다. 그리고 1987년 이후, 36년 동안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까지 8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화운동의 구심점으로 오랫동안 핍박과 함께 국민적 지지기반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범국민적 퇴진 압박은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노무현 대통령 이후 현 대통령까지 4명의 대통령은 제대로 된 리더십을 행사하지 못한 채 중도퇴진 압력을 받았다. 대통령의 임기 중 국민으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국민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직접 선출한 대통령을 탄핵으로 퇴진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나라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중 탄핵으로 물러나는 기록을 남겼다. 노무현 대통령 후반부터는 정치환경이 달라졌다. 정당이 주도하는 선거환경이 시민주도적인 정치 시대로 바뀌었다. 과거 권위주의 독재 정부에서 조직화되었던 민주화운동 세력과 노동자단체,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세력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강한 응집력을 바탕으로 법질서의 틀 속에서 주도한 탄핵운동이 정권을 붕괴시켰다. 이 같은 성공의 경험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실수나 실책을 용인하지 않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의미다.

대통령직선제 이후 대통령들은 유권자 40~50%의 지지로 당선됐다. 그 결과 절반 이상의 국민은 당선된 대통령에 대해 자신은 지지하지 않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때문에 비판적 내지 부정적 입장에서 관망하는 자세로 국정을 바라본다. 대통령이 국정운영에서 작은 실수라도 범하면 지지율이 폭락하는 현상이 반복된다. 그 배경은 정치적 지지기반의 취약함에 있다. 그렇게 됨으로써 대통령은 출발부터 임기 내내 국정운영에 있어 국민적 동력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

결선투표제, 개헌 없이 선거규칙 개정만으로 가능

언제까지 이 같은 악순환을 되풀이할 것인가. 그 대안으로 내각제 논의가 나온다. 하지만 내각제 개헌은 국민투표로는 불가능한 현실이다. 대통령을 내 손으로 직접 뽑겠다는 국민적 열망이 워낙 강해서다. 여기서 헌법 개정 없이 차선책으로 모색해 볼 수 있는 것이 선거규칙 개정이다. "대통령 당선인 결정은 유효투표의 다수를 얻은 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유권자 1/3 수준의 낮은 지지를 받아도 '1표'라도 더 얻으면 당선된다. 민의를 올바르게 반영한 것이 아니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는 유권자 50% 이상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최다 득표 2인으로 진행하는 투표다. 50% 이상의 지지를 받는 당선자를 선출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결선투표제가 없기 때문에 후보자 간의 합종연횡, 부적절한 후보 사퇴, 지지 선언 등 대통령 후보자들의 결탁으로 선거 결과가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결선투표제는 개헌 절차 없이 선거규칙 개정만으로 가능하다.
김명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