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2차 조사 불발…최후통첩 수순
한 차례 기일 연기해줬지만 불출석
재통보에도 불응시 체포영장 전망
계엄 선포문 ‘사후 서명’ 의혹 수사
‘12.3 내란’사태를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 출석을 요구한 1일 오전 9시가 지났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측은 출석 불응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특검팀은 소환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보고 후속조치를 취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내란특검팀으로부터 이날 오전 특검사무실이 있는 서울고등검찰청사로 나와 조사받으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첫 대면조사에 이어 이날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가려던 특검의 계획은 불발됐다.
윤 전 대통령측은 1차 조사가 끝난 뒤부터 2차 출석일자를 놓고 실랑이를 벌여왔다. 당초 특검팀이 통보한 2차 출석기일은 6월 30일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측은 건강문제와 진행 중인 재판의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출석 기일을 7월 3일 이후로 조정해달라고 요청했고, 특검팀은 일부 요구를 수용해 2차 소환시기를 7월 1일로 늦췄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측은 다시 의견서를 제출하고 출석기일을 더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더 이상 윤 전 대통령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측의 요청에 따라 출석기일을 하루 늦췄는데 이를 다시 연기할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지영 특검보는 “첫 출석기일 변경을 요청할 때랑 달라진 내용이 없어 변경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측은 다시 반발했다.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공지를 통해 “특검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고지한 7월 1일 출석은 불가하다”면서 “특검이 일방적으로 지정한 7월 1일의 불출석은 출석의 불응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의 불출석을 소환 불응으로 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앞서 박 특검보는 “1일 출석에 불응할 경우 즉시 이번 주중 특정일자와 시간을 지정해 재차 소환을 통보하고 그 때도 출석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형사소송법이 정한 마지막 단계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포영장이 될 수도 있고 그 다음 단계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체포영장 뿐 아니라 구속영장 청구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윤 전 대통령의 재판이 3일 예정돼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특검이 통보할 다음 출석기일은 이달 4일이나 5일이 유력하다. 사실상 최후 통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내란특검팀은 전날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강 전 실장을 상대로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새로운 계엄 선포문이 작성됐다가 폐기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12월 5일 강 전 실장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파악한 뒤 지난 2월 강 전 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수본 조사에서 강 전 실장은 한 전 총리와 통화하기에 앞서 김주현 전 민정수석으로부터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하는데 비상계엄 관련 문서가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 82조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하고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통고를 문서로 하지 않았다.
이를 확인한 강 전 실장은 한 전 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서명이 담긴 비상계엄 선포 문건을 사후에 작성할 목적으로 한 전 총리에게 전화해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강 전 실장이 다시 작성한 문건에는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의 서명란이 포함됐고 한 전 총리도 새 문건에 서명했지만 며칠 뒤 ‘없던 일로 하자’고 다시 요청해 결국 문건은 폐기됐다고 한다.
특검팀은 이같은 진술을 토대로 윤 전 대통령측이 계엄선포의 위법성을 은폐하기 위해 뒤늦게 사후 문서 작업을 시도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