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수습완료’ 뒤에 남겨진 유해 349점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이후 당국은 비교적 이른 시점에 “유해수습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현장은 정리됐고, 절차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듯했다. 참사 발생 6일 만에 “99% 수습완료”라고 했다.
하지만 이 ‘완료 선언’은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 완전히 허구로 밝혀졌다. 유가족협의회에 따르면 20일 하루 동안 경찰 등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와 담장 일대에서 재수색을 벌여 유해 추정 물품 119점과 휴대전화기 등 유류품 160점을 추가로 발견했다.
일주일간 이어진 재수색 결과는 더 분명하다. 유해 추정 물품 349점, 유류품 288점이 더 확인됐다. ‘완료’라고 했던 작업이 실제로는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잔해 재조사 과정에서도 희생자 44명의 유해 74점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 역시 ‘수습완료 선언’ 이후의 일이다.
이 대목에서 ‘왜 처음에는 끝났다고 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대형재난 대응에서 ‘수습완료’는 단순한 행정용어가 아니다. 유가족에게는 마지막 확인이고, 국가는 책임을 다했다는 선언이다. 그 말이 번복됐다는 것은 절차상 오류를 넘어 국가 신뢰의 붕괴를 뜻한다.
현장은 다시 뒤집혔다. 풀을 베고, 흙을 파고, 체로 걸러가며 유해를 찾는 작업이 반복되고 있다. 그 과정에 유가족이 직접 참여하고, 구역마다 확인 절차가 추가됐다. 처음에는 없던 방식이다. 국가가 끝났다고 한 일을 유가족이 다시 시작한 셈이다.
의문은 더 구체적으로 좁혀진다. 당시 ‘99% 수습’이라는 판단이 유해 수습 기준이었는지, 아니면 현장정리 같은 행정기준이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여기에 국정조사를 앞두고 유류품을 서둘러 옮긴 정황까지 확인되면서 수습완료 선언의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흐름도 석연치 않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국토교통부 산하에 있을 때는 사고기 잔해와 유류품이 장기간 방치됐다. 이후 사조위를 국무총리실로 이관하는 법 개정이 이뤄진 뒤에야 재조사가 본격화됐고, 그 과정에서 대량의 유해가 추가로 발견됐다.
재난 대응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끝났다’고 판단하는 시점이다. 판단이 이르면 이후 모든 과정은 뒤늦은 수습이 된다. 이번 재수색은 그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금 필요한 것은 판단기준에 대한 설명과 책임규명이다. 어디까지를 수습으로 봤는지, 무엇이 빠졌는지, 왜 그런 판단이 내려졌는지 밝혀야 한다. 판단이 잘못됐다면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수습완료’라는 문장은 가볍게 쓸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 그 말이 흔들린 순간 국가의 대응은 물론 사회 전체의 신뢰도 함께 흔들린다. 이제는 설명을 넘어 책임으로 이어져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