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정년연장
국민연금 수급연령과 정년 '불일치'부터 해결해야
정부 올해말까지 '계속고용 로드맵' 마련 … "계약·촉탁직으로 계속고용은 차선책"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면서 2025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6%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다. 2030년에는 인구 4명 중 1명이, 2039년에는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청년인구도 급격히 줄면서 산업현장의 인력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부터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시행으로 정년이 60세로 연장됐지만 국민연금 수급개시 시점이 2033년부터 65세로 늦춰지면서 5년간의 소득공백이 발생한다.
전문가들과 노동계는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연계해 2033년까지 65세를 목표로 정년을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늘려가는 방식을 제시했다.
반면 정부는 법적 정년연장 방식이 아니라 사업주에게 △정년연장 △촉탁직 등을 통한 계속고용(재고용) △정년폐지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일본의 고용연장 방식과 유사하다. 지난 1월 정부는 올해 말까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연계한 '계속고용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1년 이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부동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노인빈곤 문제는 심각하고 오래된 문제다.
2022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0.4%로 OECD 평균 14.7%의 2.7배에 달한다. 상대적 빈곤율은 전체 노인 중 소득수준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사람의 비율이다.
노인빈곤율이 높은 이유는 공적연금액이 낮고 미수급자가 많기 때문이다.
국회미래연구원 '정년제도와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근로자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연령은 49.3세로 조사됐다. 반면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에서 실제 은퇴하는 연령은 72.3세였다.
보건복지부 2020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경제활동참여률은 36.9%로 2008년 30.0% 대비 6.9%p 증가했다. 65~69세의 경우 2008년의 39.9%에서 15.2%p 증가한 55.1%에 달한다.
노인들이 일하는 이유로는 생계비 마련이 73.9%, 건강유지 8.3%, 용돈 마련 7.9%, 시간보내기 3.9% 순이다. 노인 10명 중 7명은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과 법정 정년 불일치, 한국뿐 = 게다가 국민연금의 수급개시 연령과 법정 정년이 일치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2020년 기준 OECD 평균 정년은 64.1세이고 유럽연합(EU) 27개국은 평균 64.5세다.
현재 1963년생이 만 60세로 정년을 맞이한다고 가정하면 이들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은 만 63세가 돼 3년의 수입 공백이 생긴다. 향후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65세로 인상될 예정이므로 정년연령 불일치 문제해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8일 한국노총은 서울 영등포 국회도서관에서 '인구고령화시대, 정년연장의 쟁점과 과제' 국제포럼을 열었다. 이날 국제포럼에는 일본과 싱가포르 노총에서 참여해 각국의 정년연장 관련 사례를 발표했다.
일본은 '고연령자 고용안정법'에서 사업주는 65세까지의 고용확보 조치로 △정년연장 △계속고용(재고용) 도입 △정년제 폐지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해 의무화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해당 법을 개정해 65세까지 '고용확보' 조치의무에 더해 70세까지의 '취업확보' 조치를 노력·의무화하도록 했다.
2022년 일본 후생노동성 '고령자 고용현황'에 따르면 65세까지의 계속고용제도 도입한 기업은 70.6%였다. 정년연장 25.5%, 정년제 폐지 3.9%로 집계됐다. 70세까지의 '취업확보' 조치에 대해서는 21.8% 기업이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렌고(일본노총)의 2021년 노동조건 조사에 따르면 임금수준은 정년 이후 계속고용의 경우 기존의 63.8%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 정년이 60세에서는 59.0%, 60세 이상인 경우는 78.3%였다. 계속고용보다 정년연장의 경우가 임금 하락 폭이 작았다.
모투 고수게 일본렌고 노동법제국장은 "고연령자 고용안정법에서 연금지급 개시연령의 연장 스케줄에 대응해 고용종료와 연금지급 개시 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진행돼왔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도 낮은 출산율과 수명 증가하면서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2018년 싱가포르는 정부와 경총(SNEF), 노총(NTUC) 대표자들로 구성된 '고령노동자 노사정 워크그룹'을 구성하고 정년 및 재고용 연령 연장에 대해 논의해왔다. 그 결과 2022년 7월 정년을 63세까지로 연장하고 재고용 연령도 68세로 변경했다. 2030년까지 정년 65세 및 재고용 연령 70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네오 슈 팡 싱가포르노총 사회정책부국장은 "싱가포르는 올해 하반기 발표되는 직장 공정성 보고서에서 연령 관련 직장내 차별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예정이다"며 "고령노동자에 대한 공정하고 지원적인 환경이 마련되면 고령노동자는 계속해서 생산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고용 뒤 근로조건 합의 선행돼야 = 박수경 강원대 비교법학연구소 연구교수는 '한국의 고령자고용과 정년연장'이라는 발제에서 "국민연금의 수급개시연령에 따른 법적 정년연령을 맞춰 연장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면서 "차선책으로 일본과 싱가포르 사례도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계속고용 제도에 대해 박 교수는 "정년을 계기로 재고용하는 경우 촉탁이라는 비정규직 형태로 다시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되지 않도록 계속고용 후 임금수준과 근로조건에 대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싱가포르처럼 점진적 법정 정년연령을 인상할 경우 청년고용과의 경합 문제를 비롯해 임금체계 조정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년 이후 기업 외부노동시장의 고령노동자에 대해서는 "기간제법에 따라 2년을 초과해 근로해도 계속해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가능하고, 파견법에 따라 고령 파견근로자는 2년을 초과해도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 의무가 없는 점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또한 박 교수는 "공공형 일자리에 대해서는 질 낮은 일자리라는 비판이 많고 노인일자리사업은 노인복지법에 규정돼 있는데 이를 고령자고용법에서 끌어안을 수 있는 방안 등 양질의 일자리 확보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임은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 실장은 "정년연장은 저출산·고령화, 인구감소, 노인빈곤 문제 해결 등의 측면에서 필요하다"며 "한국노총은 국민연금 수급 개시연령과 연계해 2033년까지 65세를 목표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법정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정년연장보다는 정부의 계속고용(재고용) 방향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정부가 고령인력 활용을 위해 일본처럼 기업에게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면 우리 기업들은 대부분 '재고용'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고령 노동자 86% '계약·촉탁직'으로 재고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