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핀테크' 피해자, 분쟁조정 신청

2023-08-09 12:34:02 게재

최근 5년간 338건 오류 사고 발생

자신이 신청하지 않은 금융거래가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이뤄졌다면 믿을 수 있을까. 비대면 실명거래확인 오류사고 피해자들이 금융사들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신분증 사본인증 피해자 모임 공공대책위는 금감원 앞에서 '비대면 신분증 사본인증 전자금융실명거래 오류사고 권리구제를 위한 금감원 분쟁조정신청'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고 피해자 57명은 29개 금융기관을 상대로 338건의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이들이 청구한 분쟁조정액수만 24억5300만원이 넘는다. 이중 여신피해액만 13억1500만원(33건)에 달한다.

핀테크 열풍을 타고 각종 금융사들은 비대면 방식으로 신분증을 확인했다. 하지만 신분증 사진만 있어도 금융사 인증절차를 통과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악용한 게 주로 보이스피싱 등 전자금융사기 일당이다.

보이스피싱 방식이 발달하면서 현금이 아닌 신분증 사진을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갈아타주겠다는 등의 말에 속아 신분증 사진을 보내는 방식이다. 신분증 사진만으로 휴대폰 개통 및 계좌개설, 예적금 해지, 대출 거래, 신용카드 발급 등이 이어진다. 경실련이 지난해 1월부터 조사한 결과 피해자만 570명이 넘는다.

실제 80대 A씨는 피싱범에게 신분증 사진을 찍어 보냈다가 사고가 발생했다. 피싱범은 신분증 사본으로 알뜰폰을 개통한 뒤 이 알뜰폰으로 금융사 비대면 본인인증을 통과했다. 심야시간에 4개 정기예금이 해지됐고 2억3000만원이라는 돈이 사라졌다.

피해자 가족은 "하룻밤 새 15개 계좌로 대출과 예금중도해지, 타행이체가 69회가 이뤄졌는데, 이상거래 탐지는커녕 지급정지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은행은 야간에 모니터링을 아예 하지 않는다고 답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엉터리 핀테크 신분증 사본인증 시스템 하나 때문에 국민 누구나 비대면 대출사기·전액인출 피해를 당할 수 있다"며 "금융소비자 권익 향상과 잠재피해를 막기 위해 법적조치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픈뱅킹을 이용할 경우 신분증 사본으로 모바일뱅킹 하나만 뚫으면 하나의 금융어플리케이션에 연계된 타금융기관 내 등록계좌까지 싹쓸이 할 수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위한 제도적 지원과 금융회사의 무과실책임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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