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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오염수 피해를 피해라 못하면

2023-08-24 11:24:47 게재

원전오염수 피해를 피해라 못하면

24일부터 일본이 후쿠시마원전오염수를 바다에 내보낸 후 국내 수산물 소비가 감소하면 이는 원전오염수 해양방류로 인한 피해인가 아닌가. 다른 조건에 변화가 없다면 원전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 소비가 줄면 오염수 방류가 원인이라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일본정부가 24일부터 후쿠시마원전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겠다고 발표한 22일,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는 "해양 방류에 반대한다는 것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며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과학적인 안전과 사회적인 안심은 다르다"며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풍평(風評, 소문)피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본정부는 자국 어업인들에게 풍평피해에 대한 보상안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후쿠시마원전오염수로 인한 피해보상은 없다. 방류를 해도 과학적으로 안전하며, 안전하니 피해가 발생할 수 없고, 피해가 없으니 보상도 없다는 논리가 정부여당에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피해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방류를 막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곤란하다는 인식도 있다.

정부여당이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예산도 어민경영안정을 '지원'하는 자금이지 피해를 보상하는 게 아니다. 성일종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 위원장은 23일 정부와 원전오염수 대응방안 점검회의 후 "지난해보다 많은 2000억원 정도 (예산을) 어민들의 경영안정 지원 방안에 쓰겠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도 어업인과 수산업에 대한 지원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도쿄전력의 후쿠시마원전이 폭발한 것은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자연재해였다. 물론 지진발생 지역에 원전을 지었다는 점에서 인재 성격도 있었지만, 2013년 당시 원전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됐다는 게 알려졌을 때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2023년 8월 24일은 다르다. 일본정부가 원전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를 사용, 방사선량을 기준치 이하로 낮춰 바다에 내보내는 것이다. 정부가 희망하듯 과학적 인식이 확산돼 수산물 소비위축이 단기간에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행위로 인해 생기는 피해를 피해라고 부르지 못하는 정부를 국민이 원할까.

정부는 해양오염 예방을 위한 런던협약·의정서에서 원전오염수 문제를 다루겠다는 원칙을 밝히면서도 후속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국민과 국제사회는 정부의 말과 행동을 모두 지켜보고 있다. 지구시스템의 조절자인 해양에 대한 오염을 막고, 자국의 행위로 이웃나라 국민에게 피해가 생기는 일에 신중하도록 촉구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한미일 동맹에서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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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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