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말로만 소상공인 보호

2023-09-05 11:26:20 게재

지역화폐 예산삭감에 침묵

관련법 개정에 의견 안내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이 영)에 대한 소상공인 비난이 일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축소 움직임에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국회와 중기부에 따르면 윤석열정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의 전액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화폐 예산은 2020년 6689억원, 2021년 1조2522억원, 2022년 6052억원이 편성됐다. 올해에는 전액 삭감됐다가 국회 논의 과정을 통해 3525억원이 되살아났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 예산을 다시 전액 삭감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행정안전부는 2023년 지역사랑상품권 관련법 개정에 나섰다. 개정내용은 △1인당 지역사랑상품권 구매한도와 보유한도 축소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인 경우에만 가맹점 등록허용 등이다.

소상공인들은 이러한 정부행보를 '소상공인 지원 축소'라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실제 국회 소상공인정책포럼이 지난해 11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89%가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따라서 73.2%는 "정부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소상공인 수요와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정책을 담당하는 중기부는 소상공인 목소리를 외면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영순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대덕)은 "중기부는 지역사랑상품권 예산편성을 담당하는 행안부에 예산편성 요청은 물론 예산삭감에 대한 일체의 반대의견조차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올해 3차례 행안부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며 전 부처를 대상으로 의견 조회를 실시했으나 이에 대해 회신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중기부 소상공인 정책 담당자는 "정부부처의 모든 소상공인 관련 예산에 중기부가 의견을 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행안부의 관련법 개정에 의견을 내지 않는 것은 다른 의견이 없어 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예산편성과 관련한 주무 부처가 행안부라고 할지라도 700만 소상공인을 관할하는 중기부에서 예산편성이나 법률 개정에 대해 아무런 의견조차 개진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상공인단체 관계자도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온누리상품권보다 지역사랑상품권이 훨씬 이용하기 편하다"며 "중기부 입장은 소상공인 지원 축소에 동의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내에서만 통용되는 지역화폐로 불린다. 소상공인 지원을 명목으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발행됐다. 2018년부터 고용위기지역을 대상으로 국고지원을 시작해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국고지원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윤석열정부 들어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전액 삭감하려 하자 야당과 지자체, 소상공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김형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