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인도 소비시장 … 아직 열려 있는 성장판
미중 갈등 고조되며 수혜 가능성 더 커져
메가트렌드 "디지털화 · 부익부 · 유통 대형화"
# 애플이 아이폰 15의 첫날 판매량 일부를 인도에서 제조한 물량으로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 애플이 아이폰15의 글로벌 판매 첫날에 인도에서 생산된 아이폰15를 남아시아 국가 및 기타 일부 지역에서 판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이번 방침이 지금껏 중국에만 주로 의존했던 애플의 제조 전략이 인도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지난달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의 폭스콘 공장에서 아이폰 15 생산을 시작했다. 거대한 인도 소비시장에 전세계인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세계의 공장'중국의 입지가 위태로워지면서 중국을 대체할 신흥국 '넥스트차이나 인도'에 생산물량과 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인구의 폭발적 증가 =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는 인도 현지 뭄바이 법인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과 함께 인도 소비재 산업을 집중 분석한 리포트를 12일 내놨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2조2000억달러로 세계 4위 규모인 인도 소비시장은 최근 5년 간 11% 성장세를 유지하며 세계 주요 소비시장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계 소비가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58.1%에서 2021년 기준 59.6%로 상승, 인도 소비는 GDP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소비재 관련 기업들이 인도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높은 수준이다. 인도 소비재 업종 지수는 지난 2012년 이후 4.5배 상승, 인도 NIFTY50 지수 대비(3.7배 상승) 초과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인도 소비시장 성장 동력은 첫 번째로 소비욕구가 강력한 젊은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꼽을 수 있다. 인도는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가장 젊은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다. 2030년 기준 인도의 중위 연령은 31세(중국은 42세, 미국은 40세)로, 세계에서 가장 젊고 생산 가능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다.
특히, 2030년 인도의 Z세대(2005년 이후 출생자) 인구수는 약 3억 7000만명으로 추산되며 이는 미국의 전체 인구수와 비슷한 수치이다. 스마트폰, 인터넷, 디지털 미디어 및 디지털 소비 플랫폼과 함께 성장한 10-25세의 Z세대 소비층은 생산, 지출 활동을 시작하면서 기술에 기반한 제품·서비스 소비를 확대할 것이다.
두 번째 성장 동력은 금융레버리지 확대다. 인도 정부의 경제 디지털화 정책 중에 하나인 아다르 프로젝트(Aadhaar project) 등에 힘입어 인도 15세 이상 인구의 은행 계좌 보유 비율은 빠르게 상승했고, 인도 소비자들의 금융 기관 이용 비율도 상승하고 있다.
◆'메이크 인 인디아' 제조업 육성 = 인도 소비시장의 세 번째 성장동력은 정부의 제조업 육성 정책이다. 인도의 모디 총리가 2014년에 취임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과 G3 도약을 위해 모디노믹스, 인프라·산업회랑 건설, 창업생태계 조성 및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이다. 이는 해외 기업들이 인도에 제조공장을 건설하도록 정부가 적극 유치하고, 자국의 제조업 역량을 확보하고, 무역수지 적자의 요인 중 하나인 수입 제품 비중을 줄이는 것이다. 주요 기대효과로는 일자리 창출(소득증대)과 생산능력(기술력) 확보다. 결과적으로 높아진 국민소득을 바탕으로 소비력을 높이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하게 된다. 인도 정부의 메이크 인 인디아 시행 이후, 현재까지 인도에 진출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애플과 GM(미국), 소니와 파나소닉(일본), 폭스콘(중국), 위스트론(대만) 등이 있다.
◆핀테크 산업 활발 =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는 향후 10년간 인도 소비 시장의 성장을 이끌 트렌드는 △디지털화 △ 부익부 현상 심화 △유통의 대형화를 꼽았다.
인도 소비 시장의 첫 번째 장기 메가 트렌드는 단연 '이커머스'와 '핀테크'로 대표되는 디지털화다. 인도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폭발적인 이커머스 수요와 맞물려, 인도 이커머스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14% 성장, 전체 유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향후, 인도 이커머스 시장 경쟁 구도는 플립카트(미국 월마트의 자회사)와 아마존 인디아(아마존 자회사)의 미국 자본과 인도 자본으로 구성된 릴라이언스 JioMart의 대결로 압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 정부의 강력한 디지털 금융정책과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인구층의 급성장으로 인도 핀테크 산업 역시 고성장하고 있다.
주요 인도 결제 슈퍼앱들은 UPI 결제를 통해 고객을 확보하고, 금융 서비스(마이크로크레딧, 디지털 자산관리)의 크로스셀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화에 가장 확실한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은 원97 커뮤니케이션즈(페이티엠)와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이다.
마지막 장기 트렌드는 유통의 대형화를 꼽을 수 있다. 한국, 미국 및 중국 유통 시장이 1990~2000년대 대형화(대형 할인점 등 기업형 유통 채널)를 거친 후에 디지털화(이커머스)로 진화한 것과는 달리, 인도 유통 시장은 유통의 디지털화와 대형화가 현재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유통의 대형화도 인도 소비 시장 투자에 있어서는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구조적 성장 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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