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차세대 '빅테크' 될 수 있을까

2023-09-20 10:55:08 게재

선점효과 누려 … 이코노미스트 "범용성과 전문성 중 누구의 파생가치 더 큰지가 관건"

새로운 시장의 창출은 마라톤 출발 단계와 같다. 관중들이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가운데 경쟁자들은 서로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인다. 그런 다음 경주와 마찬가지로 시장은 차분한 2번째 단계로 접어든다. 시장은 리더와 후발주자로 나뉘고 군중은 점차 줄어든다.

인공지능(AI)의 미래를 지배하기 위한 경쟁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 '오픈AI'는 지난해 11월 챗GPT를 출시해 일찌감치 선두를 차지했다. 그 어떤 앱보다 빠르게 1억명 사용자에 도달했다. 라이벌들도 뒤늦게 뛰어들었다. 구글과 그 모기업 알파벳은 경쟁 챗봇인 '바드'(Bard)를 서둘러 출시했다. 앤트로픽과 같은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였다.


19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전세계 벤처투자자들은 올해 상반기 전체 투자금의 거의 1/4에 해당하는 400억달러 이상을 AI기업에 쏟아부었다. 그리고 열풍은 사그라들었다. 구글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AI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넉달 전 정점을 찍었다. 챗GPT 웹사이트의 월간 순방문자수는 5월 2억1000만명에서 최근 1억8000만명으로 감소했다.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오픈AI가 앞서 있다. 최신 AI 모델인 GPT-4는 읽기 및 수학문제 답변능력 등 다양한 벤치마크에서 다른 AI를 능가한다. 현재 2위인 앤트로픽사의 '클로드2'보다 앞선다.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한 격차라는 분석이다.

더 중요한 건 오픈AI가 실제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온라인 기술전문지 '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챗GPT 출시 직전연도 2800만달러에 불과했던 오픈AI 연간 매출은 10억달러로 늘었다.

기술적으로 여전히 앞선 오픈AI

오픈AI가 초기 우위를 지속적인 이점으로 전환해 빅테크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오픈AI는 흥미로운 회사다. 현재 대표인 샘 올트만과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등 여러 기업가들이 2015년 비영리벤처로 설립했다. 목표는 모든 유형의 지적작업에서 인간 능력과 동등하거나 능가하는 '범용인공지능'(AGI)을 구축하는 것이다. 파격적인 목표를 추구하다 보니 세계에서 가장 야심찬 AI기술자들을 영입할 수 있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오픈AI는 다양한 금융공학을 사용했다. 2019년 '이익상한회사'(capped-profit company)를 설립했다. 지분을 분배하는 대신 소유권 없이 미래수익 일부에 대한 청구권을 나눠준다. 또 오픈AI는 이사회가 AGI 목표를 달성했다고 결정할 때까지 모든 수익을 재투자할 수 있게 했다. OpenAI는 "고위험 투자이기에 '기부'(donation)에 더 가까운 것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최근 오픈AI에 거액의 투자를 준비중이다. 모두 140억달러 자금을 조달했다. 이 가운데 130억달러는 MS에서 조달했다. MS의 애저 클라우드 사업부는 오픈AI에 필요한 컴퓨팅성능을 제공하고 있다. 투자가 이뤄지면 오픈AI의 수익 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MS는 단기적으로 오픈AI의 기술 라이선스를 확보해 자사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오픈AI는 지속적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더욱 지능적인 모델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올트만 CEO는 "오픈AI는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자본집약적인 스타트업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신모델인 GPT-4를 훈련하는 데 약 1억달러가 소요된 것으로 추정된다. GPT-3보다 수배 많은 비용이다.

하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여선 안된다. 비용 측면에서 신중함이 필요하다. 오픈AI가 차세대 대형모델인 GPT-5를 훈련시키지 않는 이유도 비용 때문이다. 대신 오픈AI는 GPT-4와 품질은 비슷하지만 실행비용은 훨씬 적게 드는 'GPT-4.5'를 개발중이라고 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결국 기업은 수익을 내야 한다. 오픈AI는 최근 수익창출 측면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오픈AI 모델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범용모델이다. 챗GPT 열풍으로 이 기술을 도입하려고 하는 소비자와 개발자, 기업들이 오픈AI를 기본옵션으로 선택하고 있다. 오픈AI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비츠'에 따르면 상위 50개 생성형 AI 웹사이트 트래픽의 60%는 여전히 챗GPT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오픈AI에 챗GPT만 있는 건 아니다. 점차 B2B(기업간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를 비롯한 대기업 고객들을 위해 자체적으로 맞춤형제품을 만들고 있다. 또 개발자가 자사모델을 사용해 제품을 구축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 오는 11월 6일 첫번째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이와 관련한 새로운 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1억7500만달러 규모 펀드를 조성해 자사 플랫폼을 기반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소규모 AI스타트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사 모델을 홍보할 수 있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자가 성공을 거둘 경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선도자라는 점은 오픈AI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GPT 같은 모델의 높은 고정비용은 경쟁업체에겐 커다란 진입장벽이다. 이는 오픈AI가 기업고객을 더 쉽게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모델을 필요에 맞게 미세조정하기 위해 회사 내부데이터를 공유해야 하는 경우, 사이버보안상 이유로 또는 컴퓨팅클라우드 간 데이터를 이동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고객사들은 이를 2번 이상 공유하지 않으려 한다.

올트만 CEO는 "전세계에서 모델학습의 진정한 최전선에 있는 인재는 50명이 채 안된다"며 "이들 중 상당수가 오픈AI에서 일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장점 많지만 지속적 우위 보장 못해

이는 커다란 장점이다. 하지만 이것이 오픈AI의 지속적 우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우선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를 각각 검색과 전자상거래, 소셜네트워킹 분야에서 준독점기업으로 성장시킨 '네트워크 효과'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방대한 사용자수에도 불구하고 GPT-4의 성능은 6개월 전과 비교했을 때 현재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모델 구축의 선도자가 되면 여러가지 단점도 발생할 수 있다. 모델러에게 가장 큰 비용은 훈련이 아니라 실험이다. 실험된 많은 아이디어는 훈련단계에 이르기 전까지는 소용이 없다. GPT-4의 성공에도 지난해 오픈AI가 5억달러 손실을 입은 원인이다. 성과 없는 아이디어에 대한 소문은 AI업계에 빠르게 퍼진다. 이는 오픈AI 경쟁자들이 비용이 많이 드는 막다른 골목에 빠지는 것을 회피하도록 도와준다.

고객 입장에서는 오픈AI에 종속되는 상황을 피하려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오픈AI에서 퇴사한 사람들이 설립한 앤트로픽은 많은 AI스타트업들이 2번째로 많이 선택하는 기업이다.

기업들은 더 최첨단인 대안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구글은 GPT-4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모델 '제미니'를 개발중이다. MS 역시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맺었지만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하다. MS는 GPT-4의 블랙박스에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 최대규모의 방대한 영업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선택지는 오픈AI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경쟁기업 일부는 범용성에서 벗어나 더 좁은 데이터뭉치를 이용하거나 특정작업을 수행하도록 훈련된 저렴한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AI스타트업 '리플릿'(Replit)은 컴퓨터프로그램을 작성할 수 있는 좁은 범위의 모델을 개발했다. 리플릿은 엔비디아가 투자자로 참여한 AI 클라우드 플랫폼 '데이터브릭스'(Databricks)에 속해 있기도 하다. 또 다른 스타트업 '캐릭터AI'는 사람들이 실제 또는 상상 속 캐릭터를 기반으로 가상의 인격을 만들어 다른 사용자와 대화할 수 있는 모델을 설계했다. 챗GPT에 이어 2번째로 인기 있는 AI앱이다.

벤처투자자 케빈 ?은 "AI모델의 범용성에서 얼마나 많은 가치가 파생되느냐가 관건"이라며 "파생가치가 그리 많지 않다면 업계는 리플릿이나 캐릭터AI 같은 전문기업이 지배하게 될 것이고, 파생가치가 많다면 오픈AI나 구글 등 대형모델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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