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 창업 30년 기업 생존 비결은-주성엔지니어링
"지속혁신과 고객신뢰로 살아남아"
2023-10-30 00:00:01 게재
연구개발에 1조원 이상 투자
"모두의 행복위해 혁신 주도"
"주성은 30년간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
23일 주성엔지니어링 용인R&D센터에서 만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주성엔지니어링이 30년간 지속가능한 비결로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혁신 중독자'로 불린다. 30년간 단 한순간도 놓지 않은 화두가 '혁신'이다. 삶은 새로움에 대한 갈망과 도전으로 채웠다.
혁신의지는 용인R&D센터 사무실 곳곳에 부착된 문구에서도 확인된다. "혁신은 1% 사소함의 누적이고, 신뢰는 99% 협력의 결과이다." "경쟁력은 많이 아는 것이 아니고 먼저 잘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만큼 성장하고, 차별화된 만큼 성공한다." 모두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경북 고령 빈농의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1993년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해 국내 대표 반도체장비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반도체기술을 태양광으로 확대 = 주성은 1993년 반도체 D램제조 핵심인 '커패시터'(capacitor) 전용 증착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황철주'라는 이름이 업계에 알려진 시작점이다. 국내에서 전공정 설비 첫 해외수출을 기록했다.
이어 원자층증착(ALD) 장비도 세계 최초로 개발해 1997년부터 양산했다. 반도체 토대 웨이퍼(기판) 위에 화학물질을 얇게 쌓아 전기적 특성을 갖도록 만드는 과정을 증착이라고 한다. ALD는 이름처럼 원자 단위로 얇은 막(박막)을 만들어준다. 더욱 미세한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 화학기상증착(CVD) 장비보다 100분의1 수준으로 얇은 막을 입힐 수 있게 됐다.
독보적인 ALD기술은 SK하이닉스 ALD 물량 대부분을 담당한다. OLED 제조를 위해 ALD 공정에서 주성엔지니어링과 협력하고 있다. 2005년 세계 최초로 '시공간분할'(TSD) 기술을 도입했다. 지금까지 세계 최초 기술과 제품은 21개다. 반도체 장비 특허만 3095건에 이른다. 반도체기술을 기반으로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 세가지 사업이 전기와 빛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기술 융·복합이 가능했다. 한 분야가 어려워지면 다른 분야에서 보완해주며 위기를 극복해 왔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379억원, 영업이익 1239억원이다. 수출로 벌어들인 돈은 2171억원으로 절반가량이다. 영업이익률이 28%에 달한다. 제조업에서 3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은 매우 드물다.
지속적인 기술혁신에 투자한 결과다. 국내 중소기업이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해 이길 수 있는 길은 오직 기술혁신 뿐이었다. 창업 이후 연구개발(R&D) 투자액만 1조원 이상이다. 2001년부터 3년 동안 회사의 누적 순손실이 1200억원을 넘어설 때도 R&D투자는 멈추지 않았다. 전체 임직원 500여명 중 R&D 부문 인력이 65%에 달한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주성엔지니어링은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었고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황 회장은 태양광분야에서 세계를 놀라게 할 준비를 마쳤다. 발전효율이 35% 이상 가능한 차세대 태양전지(Tandem) 장비 개발을 마무리하고 있다. 반도체 초미세 공정기술과 OLED 디스플레이 대면적 증착기술을 융·복합했다. 지난해 양산 가능한 '이종접합'(HJT) 태양전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발전전환효율 25.15%를 달성했다.
그는 "35% 이상의 고효율 발전출력 태양전지는 태양광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의 혁신은 기술혁신에만 멈추지 않는다. 작년 2월에는 파격적인 채용으로 주변을 놀라게 했다. 신입사원 공채에서 성별 전공 경력을 묻지 않아서다. 고졸과 인문계 출신을 R&D에 투입한다니 주변에서 놀란 건 당연했다. 황 회장은 "기술이 빛처럼 빠른 속도로 변하는 시대에 과거 지식을 많이 아는 것보다 열정과 도전의식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두가 잘 살고 행복해야 = 그가 혁신을 생명처럼 여기는 데는 아픈 경험 때문이다.
반도체 증착장비 개발로 내수시장 95%를 장악하며 신화를 썼다. 하지만 갑작스레 주 거래처가 관계를 끊었다. 황당했다. "주성은 망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불안감에 직원 절반이 회사를 떠났다.
황 회장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회사가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답은 기술이나 지식의 답습이 아닌 '혁신'이었다. 혁신 없이는 고객의 마음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혁신이 고객의 신뢰와 만날 때 비로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혁신을 하는 건 결국 모두가 잘 살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황 회장은 "모두의 행복한 삶을 위해 혁신을 주도하는 게 기업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의 종착점을 '행복'인 셈이다.
회사내 공정하고 투명한 이익분배 기준을 갖춘 것도 회사구성원의 행복을 위해서다. 이익공유는 상징적이다. 매년 회사 이익의 최대 20%를 직원들과 공유하고 20%는 주주들에게 환원하고 있다.
"잘 살고 행복할 수 있는 건 '일'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일이 고통이 아니려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기업가는 일이 고통이 되지 않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는 기업가의 모범을 강조했다. 회사를 가치있는 일을 함께 하는 장소로 만들어 줘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반도체 생태계를 걱정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소재부품장비의 세계 경쟁력이 낮아 산업기반이 불안정해 해외 공급망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성능평가팹 신설과 대중소기업간 협업체계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R&D센터 로비 벽면에는 대형 태극기(가로 10.5m, 세로 7.2m)가 걸려있다. 바로 옆에는 "주성은 행복을 만드는 곳이고 가정은 행복을 즐기는 곳이다"는 문구가 있다. 황 회장 삶의 철학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혁신으로 지속성장하고 일하는 사람 모두 잘살고 행복한 게 제 삶의 목표다."
빈농의 아들이 혁신의 깨달음과 노력으로 새로운 30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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