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내일신문 공동 기획│남도 섬순례, 몰랑길 199㎞를 가다

낙후상징 전남 섬, 반짝이는 보물로 '대변신'

2023-11-29 10:57:21 게재

희망을 잇는 연륙·연도교 66개 개통 … 가고 싶은 섬 등 국가 섬 정책 선도해

섬의 쓸모는 의외로 광범위하다. 주민에게는 삶의 터전이고, 관광객에는 소중한 휴식과 힐링의 공간이 된다. 소중한 해저 자원의 보고이면서, 우리 영토의 시작이 되는 영해기점의 역할처럼 안보 수호의 첨병 역할도 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그런 섬의 쓸모에 주목하면서 관련 정책과 투자,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섬의 64%인 2,165개의 섬을 가진 전남도가 섬 둘레길의 명칭으로 브랜딩하고 있는 몰랑길은 그 흐름의 산물이다. 5회의 기획 연재로 '섬'을 다시 생각하고 만나본다.



전남도가 섬 가꾸기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관광객 증가와 국가정책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낙후를 상징했던 섬이 희망을 일구는 터전으로 변신하고 있다.

가고 싶은 섬으로 지정된 고흥 연홍도는 해마다 관광객 2만 여명이 찾는 관광 명소로 변신했다. 사진 전남도 제공


◆전남 지도를 바꾼 대역사 = 바다로 둘러싸인 전남은 아름다운 섬 2165개와 6873㎞에 이르는 해안선, 광활한 갯벌 등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관광자원을 지녔다. 비교 우위에 있는 해양관광자원의 보존과 개발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개최 이후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연륙·연도교 사업이다. 섬과 섬.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이 사업은 '구슬을 꿰어 보물'로 바꾸는 대역사다. 1996년부터 시작돼 여수와 고흥을 연결하고, 완도와 강진, 목포와 신안 등을 하나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5조2801억원을 들여 66개(55.6㎞) 다리를 완공했고, 13개(30.8㎞) 다리가 공사 중이다. 오는 2030년까지 39개(75㎞) 다리가 더 건설될 예정이다.

국토 남단 고흥반도와 여수반도는 여자만을 사이에 두고 가까우면서도 먼 곳이었다. 여수에서 순천을 지나 고흥으로 가는 거리는 76㎞ 남짓으로 차로 1시간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여수와 고흥을 연결하는 11개 다리가 모두 완공되면 접근성이 훨씬 좋아지고 환상적인 관광코스가 추가된다.

천사의 섬(1004) 신안에선 다이아몬드 제도를 연결하는 사업이 한창이다. 자은-암태-안좌-팔금-장산-신의-하의-도초-비금도 등을 하나로 연결하면 다이아몬드 모양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미개통 구간으로 남아있는 장산과 자라 간 연도교 사업이 지난해 추진되면서 조만간 완전체가 될 전망이다.

섬을 하늘 길로 연결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흑산공항 건설사업이 내년부터 진행된다. 이 사업은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소형공항 건설'을 검토하면서 울릉공항과 함께 논의됐다. 울릉공항은 2020년 11월 착공됐지만 흑산공항은 국립공원계획 변경 절차 때문에 늦어졌다.

오는 2027년 완공되면 80인승 항공기가 운항하면서 흑산도 주변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이처럼 육지와 섬이 연결되면서 호텔 등 숙박시설이 대폭 확충됐고 덩달아 땅값도 올랐다. 진도에 대명리조트(1000실)가 들어섰고, 신안에는 씨원리조트(415실)가 지난해 문을 열었다. 신안 비금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장 모 씨는 "큰 도로변과 카페를 할 수 있는 땅을 중심으로 땅값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신안 퍼플섬은 매주 평균 9000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사진 신안군 제공


◆가고 싶은 섬 24곳 지정 = '가고 싶은 섬' 조성사업도 성공했다. 섬의 독특한 특성을 살려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게 이 사업의 목표다. 전남도는 2015년 섬을 훼손하는 개발사업에서 벗어나 이 사업을 추진했다. 올해까지 고흥 연홍도 등 24개 섬을 선정했다.

섬 당 5년간 40억~50억원을 투자한다. 이 돈으로 기본계획을 세우고 마을대학을 운영해 주민역량을 강화한다. 이런 절차를 통해 섬의 고유한 특색을 최대한 살린 생태 관광지로 가꿔간다. 주민들은 마을공동체 법인을 설립해 식당과 숙박시설로 소득을 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가고 싶은 섬 지정으로 신안 반월·박지도는 퍼플섬으로, 강진 가우도는 레저 관광 섬으로 각각 변신했다.

고흥 연홍도는 섬에서 상상할 수 없는 미술섬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은 고흥 거금도에서 배로 5분 거리에 있는 'ㄱ'자 모양의 작은 섬이다. 2006년 마을 출신 작가가 폐교를 활용해 작은 미술관을 열었다. 소박한 작품 150여점을 전시하고 고흥을 주제로 특별전을 꾸준히 열었다. 잔잔한 감동을 전하던 미술관은 2012년 태풍 볼라벤 탓에 안타깝게도 유실됐다.

2015년 연홍도가 가고 싶은 섬으로 지정되면서 다시 개관했다. 주민들은 조개나 해양쓰레기를 수거해 화분과 전등 등을 만들어 전시했다. 또 빠른 조류와 깊은 수심에 안성맞춤인 바다 낚시터를 만들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이곳 주민(73명)보다 무려 270배나 많은 관광객 2만여 명이 찾고 있다.

최완숙 연홍어촌체험마을 사무장은 "주민들이 카페와 펜션 등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섬이 활력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선정된 연홍도 등 가고 싶은 섬 5곳 관광객은 2014년 26만9700명에서 2022년 134만6100명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 정책 변화 선도해 = 섬의 잠재력을 확인한 전남도는 2015년부터 '섬 진흥원' 설립 필요성을 국회와 중앙부처 등에 계속 건의했다. 2018년에는 '섬 발전연구원 설립·유치 연구용역'을 추진해 설립방안을 제시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21년 9월 한국섬진흥원이 설립됐고, 현재 목포에서 운영 중이다.

한국섬진흥원은 섬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조사를 통해 섬의 가치를 높이고, 섬 주민 삶의 질 향상과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만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부터 시작하는 'K관광 섬 육성사업'은 가고 싶은 섬 조성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추진됐다. 이 사업은 섬 관광과 한국문화 등을 융합해 세계인이 가고 싶은 섬을 만드는 장기 구상이다. 공모를 통해 올해 5개 섬을 선정했고, 전남에선 여수 거문도와 신안 흑산도가 선정됐다. 두 곳에는 4년간 100억원이 지원돼 관광자원 등을 확충한다.

섬 가꾸기 사업이 성과를 내면서 정부기관 유치도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해 충남 등 5곳과 경쟁해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를 신안에 유치했다. 이 기관은 세계자연유산인 갯벌의 체계적 보전을 위한 통합관리, 일관된 보전 및 활용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저밀도·청정 관광지인 전남 섬이 관광·문화·예술 등 K-컬처와 융합되면 '세계인이 가고 싶은 섬'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라남도-내일신문 공동 기획] 남도 섬순례, 몰랑길 199㎞를 가다" 연재기사]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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