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 119 · 부산 29 · 로마 17

2023-11-29 11:09:47 게재

부산엑스포, 예상보다 큰 표차에 '후폭풍 예고'

"미일관계 집중외교의 한계" … 여권 "아쉬워"

정부·지자체·기업이 총력전을 펼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전이 실패로 끝나면서 후폭풍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믿기지 않는 현실 | 29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성공유치 시민 응원전에서 부산의 2030엑스포 유치가 무산되자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빙승부를 펼쳐 2차 투표까지는 갈 수 있으리라는 국내 전망과 달리 1차 투표에서 90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밀리자 관계자들은 할 말을 잃은 모습이다. 일단은 상처받은 부산 시민들을 다독이고 가더라도 예상과 너무 달랐던 이번 결과를 냉정하게 분석해야 다른 실패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회원국 대상 투표에서 부산은 29표를 얻어 119표를 얻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밀려 탈락했다.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받았다. 한국은 1차 투표에서 사우디 리야드가 3분의 2 지지표를 얻지 못하도록 저지한 후 2차 투표에서 대역전을 노리겠다는 전략을 폈다. 오일머니의 장벽, 후발주자라는 약점이 있지만 민관 총력전으로 이변을 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비쳤다. 그러나 리야드의 압도적인 득표로 승부는 싱겁게 끝났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투표 결과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민관이 하나 되어 최선을 다했으나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국민 여러분과 부산시민들께 기쁜 소식을 드리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시민들의 꿈이 무산되어 마음이 무겁고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재를 기대했던 여권은 아쉬워하면서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분위기로 후폭풍을 피해가는 모습이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9일 서면브리핑에서 "민관이 원팀으로 치열하게 노력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맞이했다"며 "부산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한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한 우리 모습은 전세계에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엑스포 유치가 불발돼 안타깝다"며 "가덕도 신공항, 광역교통망 확충 같은 현안사업이 중단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민주당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지역민들을 위로했다.

다음 도전에 대비해서라도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냉정하게 분석해야 다음에 비슷한 실패를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과 일본 관계에 집중한 현재 외교 경향이 안보적으로는 잘못된 방향이 아닐지라도 국제 행사 유치에서는 불리할 수 있는 한계가 존재했다"고 짚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외교관들이 아프리카같은 힘든 나라에는 가지 않으려 하다 보니 이들과 장기적 관계가 잘 형성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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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이명환 · 파리=곽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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