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시장 침체에 신탁업계로 '부실 전이'

2023-12-05 11:20:25 게재

"상당수, 심각한 위기"

4년 전 중국 지방은행 문제를 예측해 유명세를 탔던 애널리스트 제이슨 베드포드가 이번에는 중국 신탁업계의 부실 위험을 지적하고 나섰다.


4일 블룸버그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및 UBS 그룹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던 제이슨 베드포드의 분석을 인용해 현재 2조9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신탁업계 상당수가 "잠재적으로 자본지급능력이 위험에 처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드포드에 따르면 2022년 재무제표를 발행한 중국의 신탁회사 55개 중 14개가 총자산의 1/3을 넘는 부실 및 요주의 자산을 보고했으며, 보고서를 내지 않은 13개 중 상당수도 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광범위하게 대출을 해준 신탁업계에는 진작부터 균열이 나타나고 있었다. 올해 초에는 중룽국제신탁의 지불 누락이 시위를 촉발했고, 5월에는 뉴차이나신탁이 업계에서 처음으로 파산했다.

신탁회사는 일반적으로 부유한 개인 투자자와 기업으로부터 예금을 받아 주식, 채권 및 기타 자산에 투자하고,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기업에 대출을 제공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은행보다 적은 규제로 운영되는 신탁은 중국 전체 대출의 약 10%를 차지한다.

중룽은 지난해 부실자산이 전체 자산의 3.7%에 불과해 일반적인 스트레스 지표를 나타내지는 않았지만 이것이 문제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중룽의 문제는 더 광범위한 중즈엔터프라이즈그룹과 잠재적으로 다른 상품으로 이월될 수 있는 자금 조달에서 중룽의 역할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베드포드는 분석했다.

베드포드는 몇년 전 중국 소형 은행 약 250개 재무제표를 면밀히 검토한 후 이 문제에 대해 조기 경고를 내며 이름을 알린 바 있다. 그는 은행 예금의 몇배에 달하는 수익을 제공하는 중국 그림자금융 부문의 한 축인 신탁회사에 대해서도 분석을 진행 중이다.

중국 당국은 최근 그림자금융 대표기업인 중즈그룹이 재무제표에서 364억달러 초과채무 사실을 밝힌 지 불과 며칠 만에 중즈의 자금관리 사업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최근 몇년 동안 경쟁 신탁사들이 리스크를 줄이는 와중에도 중즈와 그 계열사, 특히 중룽은 문제가 있는 개발업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중국 에버그란데그룹을 비롯한 기업의 자산을 매입한 바 있다.

증권시보 등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유명 금융그룹인 완샹신탁 역시 최근 만기가 도래한 신탁 상품을 환매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샹신탁의 '건강교육 2호'와 '건강교육 4호' 신탁상품이 만기가 됐으나 3개월이 넘도록 환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들 신탁상품은 구이저우성에 병원 건립 자금 확보를 위해 판매된 것으로, 총판매액이 10억위안(약 18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드포드는 "미래가 있는 신탁회사도 있지만, 오랫동안 많은 신탁회사의 주력이었던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고금리 대출의 시대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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