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더 미뤄선 안될 지역신보법 개정

2024-01-03 10:53:22 게재
지역신용보증재단법 개정이 또다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골목상권 최후의 방어막 역할을 했던 지역신보는 코로나19를 거치며 보증여력이 바닥을 쳤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소상공인 빚 탕감 정책을 내놓으면서 손실을 지역신보에 떠넘겼다.

국회 이동주 김경만 의원이 발의한 개정법안은 은행의 지역신보에 대한 법정출연율을 현행 0.04%에서 최소 0.08%, 최대 0.3%까지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 법사위 문턱에서 좌절된 데는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

금융당국이 법개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지역신보가 안고 있는 어려움이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법까지 고쳐 은행들의 출연율을 올리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논리다. 지역신보가 은행빚을 대신 갚아줘서 발생하는 대위변제율이 높은 것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상황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8월 자영업자 파산신청은 1023건으로 전년 대비 54% 늘었다. 중소기업중앙회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지난해 1~8월 7만8065건이 지급됐다. 문을 닫는 소상공인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올해는 어려움이 더하면 더했지 나아질 거란 전망은 어디서도 나오지 않는다.

지역신보는 담보와 신용이 충분치 않아 시중은행들이 외면했던 골목상인들을 보듬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왔다. 전문가들은 지역신보의 보증여력 소진은 소상공인의 줄도산·줄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렇게 고꾸라진 이들로 인해 빈곤층이 무더기로 양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더 큰 문제는 골목에서 시작된 경제불안 요인이 부동산 PF 부실 등과 겹치는 경우다. 자칫 골목발 금융불안이 경제 전체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더구나 은행은 지역신보 출연율을 높이더라도 리스크를 안지 않는다. 보증을 선 지역신보가 빚을 대신 갚아주니 은행은 이자수익만 늘릴 수 있다. 지역신보에 따르면 보증기관 전체 보증액에서 지역신보가 차지하는 비중은 34.4%이지만 지역신보에 대한 은행의 법정출연율은 중앙의 신용보증기금(0.225%) 기술보증기금(0.135%)의 1/3 혹은 1/6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오는 9일 총선 전 마지막 국회가 열릴 예정이다. 보증업계에선 "향후 정치 일정과 출연율 인상을 법적으로 못박는 것에 반대하는 금융권·은행들 반발을 고려할 때 이번이 이 정부에서 마지막 기회"라고 말한다. 국회가 거리로 나앉게 된 소상공인 외침과 골목상권 붕괴를 도외시하지 말고 법개정에 나서길 바란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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