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금융부실 현실화 되나

2024-01-03 11:51:50 게재

지난해 지역신보 대위변제 4배 가량 증가

노란우산 폐업공제금 지급 11만9000건

PC방을 20년 가까이 운영하는 이 모씨. 요즘 하루 하루가 막막하다. 벌이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매출액이 코로나 이전의 70% 수준인데 고금리, 전기료 인상, 고물가 등으로 지출은 크게 늘어난 게 원인이다.


PC방은 24시간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 2022년 7월 260만원이던 전기료는 지난해 8월 320만원을 냈다. 1년만에 30% 올랐다. 반면 손님은 크게 줄었다, 야간손님이 없어 비용도 줄일 겸 새벽 5시부터 오전 9시까지는 무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결산해보니 2200만원을 벌었다. 이중 월세 전기료 아르바트인건비 게임사수수료 등 고정비용으로 1800만원을 지출했다.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등 일반세금과 기타경비를 제외하고 나니 손에 쥔건 150만원 정도다.

이씨는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지 한탄스럽다"면서도 "대출이자와 원금을 내지 않으니 그나마 적자는 아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도 코로나 시기에 5000만원의 은행대출을 사용했다. 1%대 이자가 1년 후 5%로 급등했다. 원금과 이자 상환으로 월 65만원을 납부해야 했다. 매출이 거의 없던 그는 부친에게 돈을 빌려 대출을 갚았다.


이씨는 "8900개이던 PC방이 최근 5000여개만 남았다. 경기침체로 소상공인의 삶이 매우 고단하다"며 "피부에 와닿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폐업공제금 사상 최대 = 소상공인 부실이 현실화되고 있다. 각종 지표가 위기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도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소상공인 상황이 더 악화된 결과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노란우산 폐업공제금 지급은 11만9000여건이다. 지급액은 1조5518억원이다. 사상 최대다. 지급이 10만건을 넘어서고 지급액이 1조원을 돌파한 건 처음이다. 1년전(지급건수 9만1000여건, 지급액 9682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33.6%, 62.3% 급등한 규모다.

노란우산은 소기업·소상공인 안전장치로 생활안정과 노후보장을 위한 제도다.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규모가 커진 것은 그만큼 소기업·소상공인이 한계상황에 봉착했다는 징표다.

은행 빚을 갚지 못해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이 소상공인 대신 갚아준 은행대출(대위변제)도 대폭 늘었다.

지난해 1∼11월 지역신보의 대위변제액은 1조5521억원으로 1년전 같은기간보다 253.2% 급증했다. 대위변제액은 2020년 4420억원에서 2021년 4303억원, 2022년 5076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폭증했다. 지난해 대위변제액은 아직 취합전이지만 1조7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건수도 11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소상공인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고액 규모는 더 컸다. 지난해 1∼11월 사고액은 2조1133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76.1% 증가했다. 이상훈 지역신용보증재단중앙회 회장은 "소상공인 금융부실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더 확산되는 걸 막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1052조6000억원에 달했다. 대출 연체율은 2022년 말 0.69%에서 지난해 3분기말 1.24%로 높아졌다.

◆지원정책 통합관리 필요 = 경기상황은 나아질 조짐이 없어 앞으로가 문제다.

3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올 1월 전망 경기지수(BSI)는 79.5로 전달 대비 5.4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넉달째 하락세다. 소진공이 지난달 18∼22일 소상공인 2400개 업체와 전통시장 1300개 업체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전통시장의 1월 전망 BSI도 71.2로 전달 대비 6.1포인트 하락해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달 연속 떨어졌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감소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100 이상이면 경기가 호전됐다고 보는 업체가 더 많고 100 미만이면 악화했다고 보는 업체가 더 많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조사에서도 소상공인 92.5%는 내년 경영환경이 올해와 비슷(42.4%)하거나 악화(50.1%)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까지 월평균 매출액은 4610만원, 영업이익은 507만원, 대출 원리금 상환액은 289만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숙박과 음식점업 소상공인의 월평균 대출 원리금 상환액은 660만원에 이르렀다. 따라서 올해 논의할 정책으로 '대출 연체율 증가와 부실 대출 심화'를 1순위(33.6%)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금융부실 확산을 막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촉구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지원정책의 효율적 집행'과 '정책 세분화'를 주문했다. 현재 소상공인 지원이 정부기관별로 분산돼 있어 이를 하나로 통합해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책도 소상공인 상황에 맞춰 세밀하게 설계하고 정책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한 한계 소상공인 연착륙 유도와 소상공인 자생력 제고 방안 마련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상훈 지역신보중앙회장은 "지역신보 대위변제율이 3.8%로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높다"며 "소상공인 금융부실 확산을 막기위해 지역신보 보증재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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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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