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이야기

눈 앞으로 다가온 중소기업의 중대재해법

2024-01-05 11:44:09 게재
유상건 유정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열었으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법안은 상정이 불발된 채 2024년을 맞았다. 1조5000억원 규모의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지원 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계획 부족 및 노동계의 반발 등으로 무산된 것이다. 이번 달 9일 본회의가 예정됐으나 법 적용 유예에 대해서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중소기업, 법 적용의 현실적인 문제

현재 흘러가는 정황을 고려할 때 유예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므로 기업을 성장시키기에도 일손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이제 안전보건체계 구축도 준비해야한다. 중대재해법으로부터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지켜야한다. 중대재해법 수사에 있어 해당의무를 준수했는지 여부는 관련자료를 제출하거나 압수수색 방식이 활용된다. 기업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언제든지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준비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부담감은 법 시행의 취지와 달리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뇌심혈관계질환이나 과로사에 대한 걱정으로 신체검사에서 재검만 나오더라도 채용하지 않는 기업의 움직임도 있는바 채용시장의 어긋난 문화로써 자리 잡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해당 질환에 의한 사망은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으나 그 과정에서 과도한 업무지시로 주52시간 위반 과실이 있다거나, 사업주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해당하는 등 뇌심혈관계질환의 주된 원인에 기인한다면 처벌여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기업입장에서도 너무 걱정만할 필요는 없다. 1년 이상의 징역 내지 10억 이하의 벌금이라는 중대재해법 형벌 기준이 강할 뿐 현재까지 중대재해 판결 중 실형은 단 1건에 불과하다. 최근 제12호 판결의 경우 징역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법정형 하한선의 절반에 그치며 법 시행 이후 최저형이다. 즉 사법부의 칼날은 중대재해법의 목적이 처벌이 아닌 예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경각심 부여에만 집중하는 듯하다.

산업안전 시작으로써 '위험성평가'

노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자의 생명이며 인간의 존엄성이므로 이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비용은 감수해야 함이 타당하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산업안전의 시작은 위험성평가에서부터 시작된다. 산업현장에서 유해위험요인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재해는 크게 예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의 안전보건의무 중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에 있어서도 위험성평가를 시행했다면 점검한 것으로 보는 등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산업안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고 예산적인 문제가 있다면 안전보건공단의 위험성평가 컨설팅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추가적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성실히 이행한 사업장에 대한 산재보험료 인하 등의 정책도 만들어져 이를 뒷받침 한다면 기업들의 자발적 동기부여 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대재해법에 있어 아쉬운 점 하나를 지적한다면 과도한 행정서류작업 수반을 말하고 싶다. 분명 형식적인 작업의 필요성을 무시할 순 없으나 사업주 내지 안전관리자들이 행정서류작업으로 현장관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는 문제를 고려한다면 산업안전 관리감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