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13분’ 부동산 대토론…보유세 ‘차등과세’ 윤곽
서민용·실거주·지방은 감면-다주택·초고가·비거주는 가중
이 대통령 “3배 올리면 폭동 … 타협해야” 단계적 접근 시사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선 다양한 참석자들의 정책제안과 이 대통령의 추가 질문이 이어졌다. 결국 당초 예정된 100분을 훌쩍 넘겨 3시간 이상 진행됐다. 이번 토론회에서 이 대통령의 의지가 확실하게 드러난 부분은 보유세 강화 부분이다. 정부 세제 개편을 앞둔 의견 수렴이 이번 토론회의 핵심 취지였던 만큼 관련 발언에 가장 큰 관심이 쏟아졌다.
이 대통령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예로 들면서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 대해 “언젠가 터지고, 터지면 치명적”이라고 진단하며 “정치적 손해를 보더라도 대비는 해야겠다. 과하게 책임지기는 어렵더라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진국 수준으로 하려면 3배는 올려야 하는데 그러면 폭동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겠느냐”면서 “결국 타협해야 한다”고 했다. 보유세 강화 방침을 분명히 하되 단계적 접근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통상적인 1주택’을 기준으로 한 차등과세 구상을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통상적인 1주택을 기준으로 적정한 보유 부담을 설정하고, 거주할 경우는 감하고, 서민용·중산층용이면 또 감해주고, 지방 등 지역적 요인도 고려하겠다”며 “반대로 호화 주택으로 분류되거나 다주택, 명백한 투기용인 경우는 가중 요소로 보고 단계적으로 차등을 두는 걸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초고가 주택 기준을 둘러싼 지역별 온도차에 대해선 고민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지방에 계신 분들은 시가 30억원이면 매우 비싼 초고가지만, 수도권 서울에 사시는 분들은 과세표준 기준으로 하면 15억원 정도”라며 “이걸 중과세한다고 하면 엄청난 조세 저항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부처에서 열린 사전 토론회에서 초고가 주택 기준이 20억~100억원까지 산발적으로 제시됐지만 온라인 의견 수렴 등에서 30억~50억 원 선으로 좁혀지자 이에 대한 신중론을 편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데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대통령은 “보유세를 강화하면서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맞는 말”이라면서도 “정부 방침을 믿고 처분한 사람이 손해 봤다고 느끼지 않도록 어느 기간에 어느 정도 기회를 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유세 강화에 앞서 다주택자 주택 처분 기간을 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토론과 27일 예정된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 부동산 토론회 결과 등을 종합해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세제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할 방침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부동산 정책의 목표를 가격통제가 아닌 정상화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 정책 목표는, 제 생각은 ‘억지로 가격을 낮추자’는 아니다”라면서 “비정상적인 수요 공급에 의해서 가격이 잘못 형성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정상화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들의 불만 사항으로 지목됐던 ‘결혼 페널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결혼하면 이익을 줘야 하는데, 더 손해가 되게 설계된 게 부분적으로 있는 것 같다”며 “대출이든 청약이든 각 분야를 다 뒤져서 결혼했다고 더 불이익이 되지 않게 국무총리실에 ‘결혼 페널티’ 전수조사를 지시해놨다”고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