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스타트업 지분 할인매수 적기

2024-01-18 11:21:08 게재

IPO·M&A시장 얼어붙은 탓

FT "향후 수개월 거래 늘 것"

투자회사들이 기술스타트업 유통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모금하고 있다.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이 오랜 가뭄기를 겪으면서 현금화가 시급한 초기 투자자들이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7일 영국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통시장 전문기업인 '렉싱턴 파트너스'는 최근 스타트업 유통지분 매수를 위해 230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렉싱턴은 당초 150억달러 모금을 목표로 했으나 수요가 몰리자 모금목표를 상향조정했다. 이 기업은 "주로 사모펀드가 보유한 주식을 매입할 예정이지만 벤처캐피털 세컨더리펀드에도 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컨더리펀드는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게 아니라, 벤처투자자 등이 보유한 주식(구주)이나 지분을 매입하는 펀드다. 보통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를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한다. 하지만 IPO나 M&A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투자금을 이른 시기 회수하려는 투자자의 경우 세컨더리펀드에 주식을 매각하고 있다.

FT는 "전통적인 현금화 방법이 어려워지고 스타트업 자금조달이 둔화되면서 스타트업 지분 유통시장이 점점 더 중요한 거래장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20억달러 규모의 한 벤처투자회사 대표는 "수많은 유한책임투자자들(LP)이 스타트업 지분 조기 현금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룩필드 애셋매니지먼트와 세쿼이아 헤리티지가 공동설립한 '파인그로브 캐피털 파트너스', 그리고 '스텝스톤' 같은 다른 전문회사들도 벤처 세컨더리 투자를 위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스텝스톤은 최근 "12억5000만달러를 모금했다. 이를 2배 이상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지분 유통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주요 은행과 자산운용사 등이 다양한 거래플랫폼에 투자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이는 IPO 불발 등으로 주식가치를 실현하지 못한 스타트업 직원들에게도 중요한 탈출구가 되고 있다. 지난해 오픈AI와 스페이스X 등 여러 기업의 직원들이 유통시장을 통해 주식을 매각했다.

거래플랫폼 '나스닥 프라이빗 마켓'의 최고경영자 톰 칼라한은 "벤처캐피털의 주요 투자처는 주로 IPO와 M&A인데, 현재 이 두 가지가 모두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큰 폭으로 할인된 가격으로 스타트업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2022년 금리상승으로 스타트업 가치가 하락하면서 세컨더리 거래가 정체됐다. 칼라한 CEO는 "지난 2년 동안 벤처캐피탈 회사들이 잠재적 구매자가 지불할 의사가 있는 가격보다 30% 높은 가격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거래플랫폼 인베스트X의 최고경영자인 마커스 뉴는 "벤처캐피탈 회사들의 상황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밸류에이션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시장에 나온 주식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세컨더리 투자자이자 인더스트리 벤처스의 설립자인 한스 스빌덴스는 "이번 분기 시장전반에 걸쳐 가격이 인하되면 거래량이 급증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장주식 유통거래소 '포지 글로벌'의 최고경영자 켈리 로드리케스는 FT에 "지난해 3분기 거래량이 전 분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며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지에 따르면 거래가 체결된 주식가격은 1차 자금조달과 비교해 평균 50% 정도 할인됐다.

인베스트X의 뉴 CEO는 "향후 수개월이 스타트업 주식을 매수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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