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 못 뽑나, 안 뽑나 … 직무대행도 사의

2024-02-08 13:00:01 게재

‘될 때까지 투표’ 반복하다 시간만 지연

지휘부 공백 장기화 불가피 … 조직 혼란 우려

차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를 선정하기 위한 후보추천위원회가 공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김선규 공수처장 직무대행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조직 혼란이 우려된다. 공수처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감사원 표적감사 의혹,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 주요 사건 수사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대행은 전날 오후 공수처 간부회의에서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 6일 자신의 수사기록 유출 혐의 재판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행은 과거 검찰에서 근무할 때 작성한 수사기록을 관련 사건을 맡은 변호사에게 유출한 혐의로 2020년 4월 기소됐다. 1심 재판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는 1심 무죄를 깨고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김 대행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공수처는 “김 대행이 개인자격으로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공직을 수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사직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김 대행은 다만 처장과 차장이 모두 공석인 상황에서 대행까지 자리를 비우면 업무 공백이 생길 것을 우려해 정식 사직서는 다음 공수처장 후보추천위가 열리는 29일에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도 차기 후보자 추천이 이뤄질 지는 불확실하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는 지난해 11월 출범 이후 지난 6일까지 7차례나 회의를 열었지만 대통령에게 추천할 최종 후보 2인을 추리지 못했다. 첫 회의에서 여권 위원들의 지지를 받은 판사 출신 오동운 변호사가 최종 후보로 선정됐지만 나머지 1명을 놓고 위원들간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탓이다.

공수처장은 후보추천위가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중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여당과 야당이 각각 2명씩 추천한 4명 등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데 이중 5명 이상 찬성해야 최종 후보로 결정된다.

앞선 회의에서 5명의 동의를 받은 후보는 오 변호사가 유일하고 김태규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이 혁 변호사 등이 4명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에 열린 7차 회의에서는 추천위에 참여하는 법원행정처장이 김상환 대법관에서 천대엽 대법관으로 교체되면서 여권이 지지하는 김 부위원장이 최종 후보에 선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3명의 동의를 얻는데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추천위가 최종 후보를 선정하지 못한 채 회의만 거듭하다보니 후보 추천 방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5명 이상 동의를 받지 못한 후보자들을 놓고 투표를 반복하면서 시간만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법에는 추천위에서 5명 이상 동의를 얻어 최종 후보를 선정하도록 돼 있고 후보 선정방식에 대한 상세한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그렇다 해도 이미 부적격 판정을 받은 후보자들을 놓고 될 때까지 투표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최종 후보자 선정을 놓고 교착상태가 지속되자 추천위는 오는 29일 8차 회의에서 새 후보자를 추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당 추천위원인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총선에 출마하는 것이 변수다. 추천위 구성에 변동이 생기면 후보자 인선이 더 늦춰질 수도 있다.

29일 회의에서 최종 후보자 2명을 선정하더라도 대통령 지명과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4월 총선 일정까지 겹쳐 차기 공수처장 임명에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행의 사직서가 수리될 때까지 차기 처장이 취임하지 못하면 현재 차장 직무대행인 송창진 수사2부장이 처장직을, 박석일 수사3부장이 차장직을 대행하게 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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