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지금은 바이든이 비켜설 때”

2024-02-22 13:00:00 게재

칼럼니스트 “해리스 밀자” … 작년 WP·친민주 정치평론가 이어 세 번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카페에서 한 여성과 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저조한 지지율과 고령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유력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칼럼니스트가 재선 도전 포기를 촉구하는 글을 실었다.

WSJ 논설위원인 홀먼 W. 젠킨스 주니어는 지난 20일 “이제는 ‘해리스 대통령’을 위한 시간”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바이든 대통령 대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내세울 것을 제언했다.

젠킨스는 러시아에 점점 유리하게 돌아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미국 의회에서 표류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상황 등을 언급한 뒤 이 같은 난관에는 야당인 공화당뿐 아니라 “자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대중을 결집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지 못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바이든 대통령이 옆으로 비켜설 때”라며 “(검사 출신인) 카멀라 해리스에게서 미국인들은 범죄자들을 감옥에 가두겠다는 믿음을 실제로 가진 민주당 출신으로는 새로운 유형의 선구자상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젠킨스는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현재의 두 선두 주자(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없는 자질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년 하반기 이후 미국 유력 매체 칼럼니스트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를 촉구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 베테랑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작년 9월 13일자 WP에 실린 기명 칼럼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 등을 소개하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이그나티우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양분된 미국에서 중요한 입법을 했고 미국의 직접 참전 없이 우크라이나를 돕는 섬세한 균형을 취했다면서 “종합적으로 그는 성공적이고 효과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바이든과 해리스가 내년 대선에 함께 출마하면 바이든은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재선을 막은 그의 최대 업적을 무효화시킬 위험성이 있다”고 썼다.

이그나티우스는 이어 “바이든은 취임식에서 ‘우리의 날들이 다했을 때 후대는 우리에 대해 그들이 최선을 다했고, 임무를 다했고, 갈라진 땅을 치유했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고 소개한 뒤 "아마도 지금이 그 임무를 다한 때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되면 2번째 임기를 시작할 때 82세가 된다”면서 민주당원 69%를 포함한 77%의 미국 대중이 4년 더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엔 바이든 대통령이 너무 늙었다고 답한 AP-NORC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미 유력 매체의 칼럼을 통해서는 아니지만, 이그나티우스의 칼럼이 나온 두달 뒤인 작년 11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인사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를 요구한 일도 있었다.

오바마 대선 캠프의 수석 전략가와 백악관 선임 고문 등을 지낸 정치 평론가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소셜 미디어에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를 실은 뒤 결단을 요구했다. 액설로드는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를 고수하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겠지만, 출마가 현명한 일인지, 나라에 이익이 될지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뉴욕타임스(NYT)가 6개 경합주 유권자에게 물어본 결과, 48%대 44%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상황이었다.

WSJ의 이번 칼럼은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 자료 유출 의혹을 조사해온 로버트 허 특검이 지난 8일 수사 결과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 저하 문제를 지적하면서 바이든의 신체·정신적 능력이 또 한 번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나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국민적 인기를 그다지 얻지 못하고 있는 해리스 부통령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주요 매체에서는 그동안 보기 어려운 주장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경합주 조사를 포함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굳힌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양자 또는 다자 가상 대결시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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