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의료공백

전공의 근무지 이탈 장기화…정부 ‘재난’으로 대응

2024-02-23 13:00:01 게재

중대본, 오늘부터 비대면 진료 확대…"경증은 병의원으로" 권고

2035년 노인 지금보다 70% 늘어, 의사증원 없이 의료부담 못해

전공의들의 근무지 불법 이탈이 4일 째 지속되고 의사단체는 오는 25일과 3월 3일 대규모 서울 도심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정부는 보건의료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중앙재난대책본부를 꾸렸다.

23일 중앙재난대책본부는 “오늘부터 비대면진료를 전면 확대해 국민들께서 일반진료를 더 편하게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고 밝혔다.

구급차 타고 전원 되는 환자 22일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한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전원 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중대본은 병원에 남아 환자를 지키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 병원 관계자의 부담도 줄이기 위해 △병원에서 임시 의료인력을 추가 채용할 수 있도록 중증·응급환자 최종치료시 수가를 2배로 대폭 확대 △관련 규제를 완화해 병원 인력의 탄력적 운영이 가능토록 한다.

또 중증·응급 수술 등 필수 치료가 지연되는 병원의 인력 수요를 파악해 공보의와 군의관을 지원한다. 보훈부 고용부 국방부 지자체 등 소관 병원이 있는 기관에서도 외부 의사나 시니어 의사 등의 대체의사를 임시로 채용하는 등 의료공백에 총력 대응한다. 재정지원은 정부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모든 의료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중대본 모두발언에서 “국민들께서 비교적 병증이 가벼운 경우 정상 운영되는 가까운 병의원을 이용해 주고, 지자체에서도 환자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충분히 안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한 총리는 “의료계는 국민들께서 고통을 겪는 상황을 의료계도 절대 원하시지 않을 것. 특히, 불법 집단행동은 존경받는 의사가 되겠다는 젊은 의사들의 꿈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방법이다. 더 늦기 전에 국민의 곁으로, 환자의 곁으로 돌아와 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의사단체들은 의대 증원이 필요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은 의대 증원 없이는 지금도 초고령사회가 진행되는 미래도 급증하는 의료수요를 감당할 순 없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23일 보건복지부 간호협회 보건의료노조 등에 따르면 대형 병원에서 진료하려면 몇달을 기다려야 한다. 상경 진료에 하루를 온전히 보내는 지방의 환자들이 많다. 응급실 뺑뺑이, 지역 병원의 의사 구인난은 대표적인 현상이다. 의료인들도 고달프다. 잦은 당직으로 가족들과의 삶을 잃어버린 대학병원 의사의 고된 삶, 현장에 늘어만 가는 진료 지원 간호사의 수, 간호사 등 다른 의료인에게 의사 업무를 전가한다.

최근 의사협회 비대위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를 이유로 현원을 유지하더라도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035년 인구가 약 1.6% 감소하더라도 고령인구의 증가로 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예정됐다. 2035년 65세 이상 인구수는 현재보다 70% 늘어나고 그 결과 2035년의 입원일수는 45%, 외래일수는 13%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의사단체이 내세우는 자체 의사 수 추계에는 문제가 있다. 의사단체는 전년대비 의사 수 증가율을 2010년부터 2020년까지의 평균 증가율인 2.84%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 고령화로 은퇴 의사 수가 크게 증가하는 등의 최근 경향을 고려할 때, 의사 수 증가율은 1.67%까지 낮아졌다.

더욱이 2.84%의 증가율에는 한의사 증가율까지 반영됐다. 의사단체의 주장대로 추계 시 2047년에는 정원은 3058명인데 그해 의사 증가 수가 전년대비 7630명이 된다. 내년 2000명을 증원해도 정원이 5000명인데 증원 없이도 이보다 2000명이 많은 7630명의 의사가 배출된다는 비현실적인 추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의대 정원이 정체되어도 은퇴 의사보다는 신규로 배출되는 의사가 많았기 때문에 의사 수는 증가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베이비부머 세대 의사와 졸업 정원제 적용을 받아 대거 배출된 의사들이 본격 은퇴하기 시작한다. 2035년 70세 이상이 되어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원은 약 3만 2000명이다. 10년간 새롭게 배출되는 인원 약 3만 명을 넘어서는 셈이다. 앞으로 신규 의사가 배출되는 것보다 의사 고령화로 이탈되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의미다.

게다가 의사의 근로시간도 줄고 있다. 실태조사 결과, 전공의 근무시간 80시간 상한 적용으로 전공의 주당 근로시간은 2016년 92시간에서 2022년 78시간으로 6년 새 약 14시간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바이오헬스산업이나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유능한 의사 수요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김 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만성질환 관리를 잘하려고 해도 2만명 이상의 의사가 필요하다. 초고령사회 급증할 심장병 뇌졸중 치매 등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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