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의석 늘리고 비례 의석 줄이나

2024-02-28 13:00:21 게재

민주당 적극 검토 … “호남 홀대 안 돼”

강원 등 경계조정 이견 … 의결 미룰 수도

“비례 늘려야 한다면서 줄이면 중도 이탈”

더불어민주당이 전북 의석을 줄이지 않기 위해 비례의석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민주당 모 최고위원은 “호남의 민심이 매우 험악하고 현 정부 들어 호남을 홀대한다는 지적이 많은 상황에서 전북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비례의석 47석 중 한 석을 줄인다고 해서 비례성이 더 떨어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소 비판이 있더라도 호남을 살리고 비례의석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고 어느 정도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고 했다. 이는 국민의힘이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거부한 안이다.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한 석 줄이는 대신 전북의 지역구 의석수를 유지하는 방안을 수용할 의지를 보였지만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채 ‘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 원안 통과’라는 강공책을 내놨다. 선거구획정위안에서 제시한 경계조정 방안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 불만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일종의 ‘협상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풀이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전북 의석을 줄이지 않고 그대로 둔 채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에서 301명으로 늘리는 중재안을 제안했지만, 이는 여당이 거부했다.

선거구획정에 직접 나선 민주당 모 의원은 “현재로서는 진보진영쪽의 반대가 예상되고 민주당의 기본기조와 좀 다른 면도 있지만 비례의석을 줄이고 전북 의석을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면서 “전북지역은 잼버리 사태 등에 따른 예산 삭감 등으로 상당히 위축돼 있는 상황인데 의석까지 줄일 수는 없다”고 했다.

합구, 분구 부분에서 거대양당이 합의를 보더라도 여전히 ‘경계조정’ 협상이 남아있다. 그동안 상당한 의견접근을 봤던 종로구와 중구를 합치지 않고 종로구의 상징성을 유지하는 방안과 과대선거구로 지역소멸을 부추긴다고 평가된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을, 속초인제고성양양 △양주동두천연천갑·을, 포천가평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을 등을 유지하거나 재조정하는 방안이 최종 조율되지 않았다.

앞의 민주당 의원은 “선거구 획정위안 자체가 민주당에 불리하게 들어온 측면이 있는데 협상에서도 국민의힘은 전혀 양보하려는 부분이 없다”면서 “민주당만 양보하고 배려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협상이 오늘 중 마무리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29일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호남 민심’에 주력하는 민주당이 비례의석까지 줄이게 되면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날 선거구획정을 논의했던 의원총회에 참석한 모 의원은 “비례 줄이고 전북 의석을 유지하자는 의견에 크게 반대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며 “호남 의원들의 의견이 워낙 강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호남정당임을 스스로 자처하면서 그 대가로 그동안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비례의석을 줄이게 되면 수도권 중도층의 표심이 달아날 수 있다”면서 “박빙승부가 불가피한 수도권에서 뛰는 의원들에게는 악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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