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천에서 배제된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의 행보가 갈리고 있다. 서울 중·성동갑 공천에서 배제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4일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면서 민주당 잔류를 선언했다. 반면 문재인정부 당시 원내대표를 지낸 홍영표(4선·인천 부평을) 의원은 “탈당 의원들과 민주연합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선택이 갈리면서 친문계의 집단행동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4일 오전 페이스북에 “당이 결정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총선 공천배제 결정을 수용하고 민주당에 남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 전 실장은 공천 배제 결정 후 지난 2일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와 비공개로 만나 야권 제3세력에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낙연 대표도 임 전 실장 등의 합류를 염두에 두고 광주 출마 기자회견을 연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실장 핵심관계자는 4일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 탈당은 처음부터 없었다”면서 “한발 물러서 ‘윤석열정권 심판’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것”이라고 전했다. 제3세력 합류가 아니라 민주당 안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반면 홍영표 전 원내대표는 탈당 의사를 재확인했다. 홍 의원은 4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막다른 골목으로 밀려 비통한 심정”이라며 “이번 주 중에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미래 등과 ‘민주연합’을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선거에선 정당형태로 가는 것이 유리한 상황 등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앞서 탈당한 설 훈 의원과 ‘민주연합’을 구성한 뒤 새로운미래와 합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친문계 상징 인사들의 행보가 엇갈리면서 내분양상으로 번지던 공천갈등이 정점에서 잦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고 친문계 인사들이 공동의 행보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조직적 이탈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관건은 ‘명문 대전’으로 비화된 공천갈등 이후 하락세에 접어든 지지율을 반전시킬 수 있느냐다. 지난 1일 공개된 한국갤럽 정당지지도 조사(2월27~29일. 1001명. 안심번호 CATI.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국민의힘 40%, 더불어민주당 33%, 개혁신당 3%, 녹색정의당 2%, 새로운미래와 진보당 각각 1%, 무당층 19%다. 민주당의 공천 관련 갈등과 탈당 등이 야권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